사람들이 대부분 12시간 이후로는 발열과 오한이 온다고들 하던데, 나 역시 접종 후 12시간이 지나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첫날 밤은 열 때문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리저리 뒤척이다보니 새벽이었다. 깰 때마다 열을 쟀는데, 38.5도가 최고 기록이었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 38.2도 정도로 내려왔다. 24시간이 흐르기 전까지 37.5도 밑으로 열이 떨어지지 않았고, 48시간여가 지나자 비로소 정상 체온으로 돌아왔다. 주변 사람들 중에는 발열 뿐만 아니라 오한, 설사로 고생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개인 차는 있겠지만, 아데노바이러스에 많이 노출되지 않은, 젊은 연령층에서 면역 반응이 더욱 심하다고 한다. 잔병치레를 안하는 내 경우도 꽤나 끙끙 앓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내가 아직 젊다는 방증..
기회가 되어 백신 접종을 하게 되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살짝 우려는 되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가능한 한 백신 접종자가 많아지는 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유일한 길이기에, 대승적 차원에서 맞기로 결정했다. 모든 의약품에는 사실 부작용이 있다. 일관성 없는 정부지침에 대한 피로감, 사실상 백신 접종을 강권하는 사내 분위기에 대한 반감 등, 여러 측면에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조금은 부풀려져 있는 느낌. 정부 차원에서 백신 접종을 장려할 것이라면, 백신접종을 통해 부작용이 발생시 접종자가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아닌, 국가가 그 인과관계 없음을 입증하도록 해야하지 않나 싶다. 작금의 사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이라기보다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근본 원인이니 말이다. 굴지의..
신혼여행을 앞두고 아이폰 12를 못내 사고 싶어하던 와이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와이프를 위해 신혼 선물로 쿠팡에서 자급제 폰을 구매했다. 요즘은 자급제와 알뜰요금제 조합을 많이들 애용하는 것을 들어 알고있었기에. 중고 아이폰은 팔아 신혼여행 경비에 보태기로 결정. 개인정보 유출 때문에, 정든 폰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는 이유로 중고판매를 꺼려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아이폰의 경우 3년 정도는 가격방어가 워낙 좋기에 파는 것이 무조건 이득이라는 생각이다. 경로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일단 중고나라, 당근마켓같은 개인 직매. 이 경우는 워낙에 외관 및 배터리 등에 예민한 사람들도 많고, 매매 후 환불할 경우에는 기기 부품 교환 등의 알 수 없는 불상사가 있을 수 있기에 패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대리..
소지품을 홀라당 털린 이후, 기한 내에 입국하기 위해 여권 재발급부터 서둘렀다. 다음 날 모든 일정과 예약을 취소하고, 서둘러 영사관부터 방문했다. 숙소는 영사관 인근의 저렴한 레지던스를 골라 하루 숙박하고, 그 이후는 여권재발급을 받고 난 이후 생각하기로 했다. 친구가 영사관에 간 사이, 나는 하릴 없이 뜻하지 않은 망중한을 만끽했다. 나는 사실 여유롭게 한 곳에 오래 있는 것을 좋아해서 계획이야 한껏 틀어졌지만 늘어져있는 그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 비자를 재발급받고 나서, 앞으로의 일은 저녁에 생각하기로 하고,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가보면 어떻겠냐는데 의견이 일치, 급히 우버를 불러타고 유니버설 스튜디오로 향했다. LA는 뉴욕과 달리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여행객이 거의 없다. 우버 기사의 말로는 대개 ..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 거의 이틀밤을 꼴딱 새고서는, 그래도 한 군데라도 더 구경해야 되지 않겠냐는 친구의 말에 간단히 요기를 하고는 다시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숙소 근처에 있던 그리피스 천문대. 원래 유명한 곳이지만, 지금은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의 댄스신으로 인해 더 유명해진 곳. 그리피스 천문대는 헐리웃 인근의 세계적인 부촌 지역의 인근 산 정상에 위치하고 있는데, 천문대 인근에는 주차할 공간이 없었다. 덕분에 십여분을 헤매다 산중턱의 인적드문 도로에 주차했고, 결국 이 결정이 화근이었다. 그리피스 천문대 폐장 시간 직전, 20분여의 짧은 시간 구경을 마치고 다시 차로 돌아왔을 때, 누군가 차창을 깨고 친구의 가방을 털어가버렸던 것이다. 가방 속에는 여권과 2천 달러가 넘는 현찰이 들..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한 게 2010년,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처음으로 해외를 나가보았던 것도 2009년 겨울 무렵이었다. 사진을 잘 찍지 않기도 하고, 대부분의 일상 사진들은 하나둘 세월에 풍화되어 사라졌지만, 다행스럽게도 여행의 순간들은 스마트폰을 수 차례 바꿨음에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다. 갤러리를 주욱 올려보다보니, 그 때 당시의 좋았던 기억이 새삼 떠올라서 끄적끄적 여행의 발자취를 기록해보고 싶어졌다. LA는 2019년 2월 무렵 방문했다. 10박 11일의 일정으로, 부족하다면 부족한 시간이지만 미서부가 어떤 곳인지 느끼기엔 충분했던 것 같다. 준비 없이 여행을 떠나는 편이기에, 현지에서 의도치 않은 불상사를 맞이하는 경우가 많은데, LA의 경우도 그랬다. 톰 브래들리 국제공항으로 입국, 공..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NBA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서, 선수 카드를 모으기도 하고, 조던 농구화 넘버링을 모으기도 했다. 십수년을 이어왔으니 꽤나 오래 애정을 가진 취미였는데, 역시나 어느 순간부터 시들해졌다. 특히 농구화의 경우에는 신고 뛰어보지도 못한 채 가수분해 되어버리곤 했다. 몇 켤레를 그렇게 버렸을까. 이후로 농구화를 잘 사지 않다가, 할인 쿠폰이 있는 친구 덕에 모처럼 언더아머 강남점으로 농구화 구경을 갔다. 비록 3대 500은 안되지만, 언더아머 의류를 구매할 일은 없을 듯해서 염치불구하고. 언더아머가 국내에서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하던 것이 몇년 전인데, 그사이 시장 점유율을 많이 뺏지는 못했던 것 같다. 가까운 곳에 매장이 없기도 하고, 다양한 제품을 구경하고 싶기도 해서, 이번에는 ..
"결국 모든 게 무너진대도 또다시 새벽은 밝아오고 여전히 우리들의 삶 속엔 빛나는 무언가가 있지" "사실 모든 걸 헤쳐나갈 지혜가 어차피 나에게는 없어 다만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저마다의 길을 걸어갈 뿐이야 모든 것이 무너진다고 해도" 제목에 떡하니 '공식'을 못박아두었음에도, 이 뮤직비디오의 조회수는 10,000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그 지분의 상당수는 '바나나 차차'를 찾아가려는 '모모랜드'의 팬들이 아닐까 싶지만. 시간은 유한한데, 음악을 소비하는 채널은 시간이 점점 다양해지니 좋은 음악을 접할 기회가 오히려 더 줄어드는 느낌이다. 명색이 언더그라운드의 슈퍼스타 차승우 아니던가? 취향이란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것이지만, 작곡의 전후맥락과 작자의 메시지, 이 ..
필기구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간혹 친구가 졸업이나 취업을 하는 경우에 워터맨 헤미스피어같은 실용적인 볼펜을 선물하곤 했다. 막연히 만년필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장모님께서 선물을 해주신다기에, 염치불구하고 무리를 했다. 평생 소중히 간직하며 옆에 둘 물건 하나쯤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달까. 펠리칸이나 파커같은 경우엔 플래그쉽 모델도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이지만, 역시나 하나를 가질 수 있다면 몽블랑이 아닌가 싶다. 몽블랑 같은 경우는 워낙 이미테이션이 많아 검증된 업체에서 구매해야 한다. 가품의 퀄리티가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육안으로 봐서는 알아보기도 힘들단다. 기왕에 진품과 가품의 퀄리티 차이가 크지 않다면 원효대사 해골물처럼 약수 마시듯 모르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지만, 이번..
1 : 삼각도가 전혀 없다.(궁상문) 2 : 삼각도가 하나 있으며, 새끼 손가락 쪽을 향하고 있다.(갑종제상문) 3 ~ 6 : 삼각도가 하나 있으며, 엄지 손가락 쪽을 향하고 있다.(을종제상문) 7 ~ 9 : 삼각도가 두 개 있다.(와상문) 0 : 절단, 손상, 비전형적 지문이다.(변태문, 절단문, 손상문) 만인부동, 종생불변이라는 지문. 10지 모든 지문을 국가가 관리하는 국가는 사실상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알고 있다. 대한민국 국적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주민등록번호 외에 10자리의 식별번호를 가지고 있는 셈인데, 갈 수록 생체보안 등이 사회 전반에 일반화되어 가는 것을 보면, 이제는 한 번쯤 개인의 생체식별정보를 국가가 나서서 관리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나무위키에서 지문을 정리..
달러를 마음껏 찍어낼 수 있는 기축통화국이자, 한편으로 막대한 석유, 천연가스가 뭍혀있는 자원부국. 여행차 방문한 미국 몇몇 도시에서 이방인의 시선에서 본 미국인들의 소비성향은 가히 놀라웠는데, 소비의 왕국 미국에서도 가장 미국적인 사업모델이 코스트코이 아닐까 한다. 코스트코는 기본적으로 회원이 아닐 경우 구매가 불가능한 구조인데, 연간회원들이 지불하는 연회비(한국 기준 38,500원, 이규제큐티브 80,000원)를 기반으로, 최소화한 상품마진을 회원들의 대량 구매를 통해 보전한다. 회비를 지불한 회원들이 최대한 많은 상품을 구매할 수록 수익이 나는 구조. 우리 나라의 마트와 다른 점은 회원이 아니면 입장조차 불가능하다는 점. 하지만 상품권을 이용하면 회원이 아니더라도 상품권을 통한 입장과 구매가 가능하..
오아시스를 좋아하게 되었던 것은,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2005년 무렵이었다. 당시에는 맨체스터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이 우리 나라에 소개되고 있어서, 자연스레 맨체스터 노동자 계급의 우상이었던 갤러거 형제의 온갖 기행들 또한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인터넷 상에 떠돌았다. 박지성이 골을 넣고 나면, 'Don't look back in anger'가 경기 말미에 흘러나왔는데, 유나이티드를 증오에 가까울 정도로 싫어하는 골수 시티팬 갤러거 형제로서는 아연실색할 이야기. 밴드 자체는 2000년대 이후로 줄곧 내리막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노래는 90년대와 2020년대를 점과 점에 자를 대고 선을 그어 놓은 듯,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주변 어느 세대를 통틀어 물어보아도, 90년대는 호시절이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