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근부서에서 내근부서로 인사이동을 하게 되었다. 한 부서에서 적어도 2년은 배워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 일이 없다면 아마도 앞으로 2년간은 남들처럼 출근을 하고, 남들처럼 퇴근을 하고, 남들과 달리 주말에도 출근을 하게 될 것 같다. 일전에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던 부서였지만, 이런 저런 연유로 이제는 무경력자들도 와주기만 한다면 고마워하는, 그런 부서가 되어 버렸다. 혹자는 감언이설을 통해 무경력자들을 데리고오는 것을 두고, '낙도 인신매매', '취업사기'라고 칭하기도 하더라. 어려움이야 익히 예상한 것이기 때문에, 내 경우는 자진해서 원양어선을 탄 샘치기로 하자. 어느덧 곧 전입 한달 차가 된다. 입시지옥, 취업지옥 우리나라에 수많은 지옥이 있지만, 지나고보면 추억이듯. 조금의 혼란..
예비 며느리가 될 지도 모르는 (현)처남 여자친구가 처가에 선물한 와인. 내가 장인 어른 장모님께 첫 인사 자리에서 선물한 와인은 결혼 후 함께 맛을 봤었는데, 이 비싼 와인을 당사자들도 없는 자리에서 낼름 까먹어도 되려나 모르겠다. 기분좋게 한 병을 다 비워낸 감상은, 비싼 맛이 난다는 것. 캘리포니아의 와인들은 대개 입에 잘 맞는 것 같다.
서초구에는 참 많은 치과가 있다. 바로 옆 건물에도 하나. 또 그 옆 건물에도 하나. 치과를 고르는 많은 기준이 있겠지만, 적어도 자기 이름을 내걸고 진료하는 곳을 택하는 편이다. 방배동에는 유독 자기 이름을 건 치과가 많다. 다른 진료과와는 달리 치과는 특히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 형성이 중요한 것 같다. 마치 범죄자와 형사 사이의 라포마냥. 이 관리를 잘못한 것도 죄라면 죄일 것이다. 동작에 살 때는 장승배기의 신원치과에 다녔었다. 모처럼 이가 아파 예약을 하려했더니 역시나 매주말 예약이 꽉 찼다. 2년만에 방문한 치과.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고, 결국 성과금으로 나온 돈은 고스란히 치과 치료에 들게 생겼다. 마냥 사람좋아 보이는 선생님과의 만남 후 이제는 3개월에 한 번은 꼭 치과에 방문하겠다는 ..
적어도 내가 본 사람 중에는 가장 농구 실력이 빼어났던 사람. 호승심이 강해서 사고도 많이 치고 다녔고, 한동안은 도박에 빠져 지내며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유독 코비 브라이언트를 좋아했던 형. 그렇게나 좋아하던 코비 브라이언트보다 먼저 세상을 뜰 줄이야. 소식을 듣고선 한동안 현실감이 없었다. 이런 저런 사연들로 요절한 지인들이 있었지만, 형처럼 가까운 이가 죽은 적은 처음이었다. 함께 가보자 했던 러커파크. 본고장의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도, 더 높이 뛸 수 있을거라나. 결국에는 나 혼자 가보았다. 형이 가장 좋아하던 코비 브라이언트가 헬기 사고로 죽은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20년의 새봄을 앞둔 겨울이었다. 이제는 코비도 형도 이 세상에 없다. 다가오는 봄에는 그 형이 잠든 창원 상복공..
모처럼의 와이프와의 외식. 고민하다가 가장 저렴한 나나 기본 코스를 시켜 소주를 곁들였다. 가장 저렴한 코스는 1층 홀에서만 주문 가능하고, 2층의 개별룸은 최소 특선 코스부터 주문 가능하다. 친한 직장 동료들과도 찾은 적이 있는데, 특선과 기본의 가장 큰 차이는 곁가지 메뉴들이 아닌가 싶다. 기본만 시켜도 나쁘지 않다. 와이프는 딱히 칭찬을 하지는 않았지만.
친구들과 철원에 다녀왔다. 철원은 이번이 두번째 방문이다. 동장군의 기세가 매서울 때면, 우스개소리로 모스크바 보다 철원이 춥다는 농을 듣곤한다. 그 정도로 겨울 철원은 추웠다. 숙소는 고석정 인근의 펜션이다. 펜션의 이름은 '사람 사는 세상'이었는데, 시설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한탄강의 절경을 그 어느 곳보다 가까이 볼 수 있었다. 펜션에서 고석정이 한 눈에 보였다. 금요일 다들 퇴근하고 강남역에서 출발하니 자동차로 2시간 남짓 걸린다. 철원으로 바로 닿는 고속도로는 아직 없다. 고석정은 임꺽정이 활동한 주근거지라고 한다. 내륙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용암지형인데, 때문에 곳곳에 제주도와 같은 현무암을 볼 수 있다. 용암이 지나간 자리를 걸을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있어, 비싼 입장료를 내고서라..
자연 다큐멘터리 PD 박수용의 늙은 시베리아 호랑이 '꼬리'에 대한 관찰 추적기. 시베리아 호랑이를 다룬 다큐를 즐겨 보는데, 책으로 읽기는 또 처음이다. '한 생명에 대한 모든 기록'이라 표지에는 적혀있다. 자세히는 한 생명의 끝에 대한 기록이라 해야 옳다. 문단의 호흡이 조금 길다. 길목마다 위장텐트를 치고, 그들에게는 낯설었을 쇠붙이들을 땅 속에 파묻은 채, 작가 또한 그렇게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자연 논픽션을 책으로 읽는 것은 낯설다. 아직 반도 읽지 못했지만, 행간 곳곳에 이 땅에 마땅히 머물러야했을 존재들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 느껴진다. 꼬리에 대한사진이 더 많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시베리아의 왕대는 한반도 면적 그 이상을 호령하며 살아간다니 어쩔 수 없다. 그 ..
노라 애프런 감독의 다른 영화들은 진작에 보았다. 때문에, 이 감독의 영화에 영화적 깊이나 이야기의 완성도 같은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이 영화를 이제서야 굳이 찾아서본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이제는 볼 수 없는 톰 행크스의 멜로영화라는 점, 90년대의 풍요로운 미국 대도시의 풍경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다는 점. 이 두가지 이유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오히려 다른 모든 단점들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한창 '헬조선' 논쟁이 불을 뿜던 2016년에도 재개봉된 것을 보면, '90년대 미국 코미디'는 이제는 하나의 장르가 된 듯한 느낌. 대략적인 줄거리는 아내와 사별한 샘의 아들 조나가, '시애틀의 잠 못이루는 사람' 이라는 이름으로 아버지의 사연을 라디오 방송국에 소개하고, 이를..
맘모스빵으로 유명한 장블랑제리의 슈톨렌. 프릿츠보다는 훨씬 빵다운 빵같은 느낌. 프릿츠는 설탕벽이 두꺼웠는데 장블랑제리의 이 슈톨렌은 그보다는 맛이 조화롭다.
처가네 식구들과 함께 한 1박 2일의 단양여행. 그간 여러 차례 단양을 방문할 일이 있어, 일대 풍광의 아름다움은 익히 알고있던 차였다. 연말이라 그런지, 수도권 인근은 어느 곳 하나 할 것 없이 예약이 쉽지 않다. 그나마도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수도권은 6인 이내로 인원 제한이 생긴 터였다. 강원도를 가볼까하다가, 양양고속도로의 지긋지긋한 교통정체 때문에 혹여나 임신 중인 처제가 고생할까싶어 중부내륙이 좋겠다 싶었다. 이 곳 저 곳 둘러보다, 여러 모로 평이 좋던 충북 단양의 풀꽃나무펜션으로 예약을 했다. 요즘은 소규모 인원만을 제한적으로 받는 펜션이 많은데, 이 곳은 넉넉히 8인까지도 예약을 받아준다. 이른 아침에 출발을 했더니, 도담삼봉을 둘러보고, 허기를 채운 뒤에도 시간이 남는다. 펜..
독일에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먹는다는 빵. 처남의 여자친구와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 선물이라며 준다. 일전에 방문한 적이 있는 양재동 프릿츠의 슈톨렌이다. 할로윈도 그렇고, 슈톨렌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세시풍습들은 점차 그 색이 옅어져만 가는데, 외국 문화는 스멀 스멀 사회 전반을 잠식하는 듯한 느낌이다. 럼에 절인 건포도를 사용한 빵이라는데, 전체적으로는 밋밋한 맛이다. 신림동의 장블랑제리의 슈톨렌보다는 전체적으로 겉의 설탕맛이 훨씬 강하다.
아쉬움과 설레임이 병존하는, 연중 가장 시간이 빨리 흐르는 달. 여느 때 같았다면 송년의 소회로 술잔들을 채우곤 하였을 시기이지만, 그마저도 어렵게 되었다. 다시 거리의 사람들은 귀가는 빨라지고, 상인들의 주름은 더 깊게 패일 것이다. 12월에는 운동을 꼭 등록해야지. 또, 영어 공부를 꾸준히 다시 할 것이다. 대학생 시절부터 늘 다짐하지만 쉽지 않다. 올해 안에 관성을 붙여 내년에는 중단없이 계속 공부를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민법도 시간이 나는 틈틈히 볼 것이다. 살아가다보니 법률의 총체도, 공법의 토대도 어쩔 수 없이 사법이라는 생각. 한국일보 구독신청을 했다. 돌이켜보면 신문을 가장 열심히 읽었던 것은 고등학생 시절이 아니었나 싶다. 그 시절만큼 시간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꼭지라도 꼭 챙겨보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