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1존만 돌아다닌 것 같은데 어느 덧 런던을 떠날 때가 되었다. 더 긴 일정을 잡았다면 리버풀도 가보았을텐데, 런던만으로도 5일의 일정은 촉박하고 부족했다. 내가 게으른 탓도 있지만, 박물관과 미술관만 해도 하루는 온전히 시간을 내어야 제대로 둘러볼 수 있을만큼 런던은 볼 거리, 즐길 거리가 넘친다. 숙소에서 만난 형은 뮤지컬을 하루에 한 편씩을, 다른 형은 일주일 넘게 눌러 앉아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2경기 보고 간다고 했다. 런던의 일반적인 건물들은 모두 지하에도 사람이 사는 듯 했다. 내가 묵던 숙소도 지하에 있던 터라, 지내던 내내 습기가 온 몸으로 느껴졌다. 아마 비가 그토록 오지 않았다면 조금은 지내기 수월했을 지도 모르겠다. 런던에 대한 기억은 온통 비를 맞고 다닌 기억 밖에 없다. 런던..
어김없이 흐린 하루. 숙소가 지하였던 터라 며칠 째 잔뜩 습기를 머금은 외투가 눅진하게 온 몸을 휘감는 듯했다.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런던. 늘상 그렇듯, 주변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다가, 런던에 왔으니 미술관도 한 번 가보자는 마음으로 테이트 모던에 가기로 결정했다. 테이트 모던은 밀레니엄 브릿지 남단 뱅크사이드 지역에 위치한 미술관인데,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함께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곳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산업혁명 시대의 공장건물을 멋들이지게 리모델링해서 미술관 건물로 쓰고 있다는 것. 더군다나 입장료도 무료라니 금상첨화였다. 출발 전, 여느 때와 같이 핌리코역 주변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자주 보았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007 시리즈에서 익히 보아왔던..
런던에 왔으니 대영박물관은 한 번 가봐야되지 않겠나 싶었다. 하루를 꼬박 둘러보아도 다 둘러보기 힘들다니, 이 날만큼은 조금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하루 종일 날씨가 우중충했는데, 사실 첫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날이 흐리거나, 비가 왔다. 우리나라와 달리 런던 시민들은 가벼운 비에는 우산을 쓰는 일이 드물었다. 때로는 거센 장대비가 내리는데도, 개의치않고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엄마들도 있었다. 하이드 파크는 차티스트 운동과 같은 영국 역사의 변곡점에서, 중요한 시위, 집회가 자주 열린 광장의 역할을 한 곳이다. 런던은 비교적 근대 건축물들이 보존이 잘되어있어, 거니는 족족 과거가 병존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이드 파크는 풀이 거의 없는 개활지 같은 공원이었는데, 날이 맑았을 때 왔으면 또 달랐을 것..
일정도 계획도 없는 여행. 셋째 날도 밍기적대다가, 피카딜리 서커스가 가깝길래 산책 삼아 가보았다. 런던도 어떤 곳을 어떤 목적으로 여행하느냐에 따라 이동 수단도 천차 만별이겠지만, 시티 오브 런던 인근 지역만 주구장창 머무른 나에게 런던이라하면, 오직 걸어다닌 기억 밖에 없다. 피카딜리 서커스의 서커스는 라틴어로 원형 광장을 뜻한다. 원형 광장이라기보다는 교차로에 가까운 느낌인데, 미국 타임스퀘어와 같이 세계적인 기업들이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광고를 하고 있었다. 여행 당시가 2014년이라, 갤럭시 노트3 광고도, 현대자동차의 i40 광고도 볼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의 i30이 유럽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던 시점이라 그런지, 여행 중에 i30을 우리 나라 내에서 보다 더 자주 보았는데, 한국 같은 대로..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여행. 늘상 그렇듯 느긋하게 일어나, 다른 여행객들이 모두 채비를 마치고 나서야 그제사 꾸물렁거리기 시작한다. 역시나 숙소를 나섰을 땐 이미 해가 중천이었다. 그레이터 런던 안의 관광명소들은 대개 인접해있기 때문에, 걸어서도 충분히 둘러볼 수 있을 듯 했다. 핌리코에서 테임즈강 남쪽의 복스홀 지역까지 걸어보고는, 다시 웨스터민스터 지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복스홀 지역은 괜찮은 바가 많아보였는데, 아침 시간이라 역시나 방문하지는 못했다. 지나가다 빅이슈라는 노숙인 자활을 돕는 사회적 기업의 런던 사무소를 발견했는데, 당시로서는 빅이슈라는 기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흥미로웠다. 설명을 덧붙이자면, 빅이슈는 재능기부로 제작된 잡지를 노숙인들에게 제공, ..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언제쯤 다시 맞이할 수 있을까.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도 조금만 용기를 내면 어디로든 떠날 수 있었던 시절. 대학 졸업을 즈음해서 영국에서 워킹 홀리데이 중이었던 친구와 대화를 하던 중, 할 일 없으면 밥이나 먹으러 오라는 말에 솔깃. 생애 첫 유럽행을 10분 만에 결정했었다. 디지털의 세계도 전류가 세월처럼 흐르는 모양으로 풍화, 침식을 겪는다는데, 다행히 당시의 사진들이 온전히 잘 남아있다. 계획을 짜서 움직이는 것을 워낙에 귀찮아하고, 여행을 가면 무작정 걸어다니는 일이 부지기수라, 비행기와 숙소만 예약해놓고 모든 것은 가서 부딪히며 해결하기로 했었다. 비행기는 에어차이나에서 75만원에 인천 출발, 북경 경유, 런던 히드 공항 입국으로 발권했다. 출국은 알이탈리아 항공을 이용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