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딜리 서커스, 리버풀스트리트, 런던 시청

일정도 계획도 없는 여행. 셋째 날도 밍기적대다가, 피카딜리 서커스가 가깝길래 산책 삼아 가보았다. 런던도 어떤 곳을 어떤 목적으로 여행하느냐에 따라 이동 수단도 천차 만별이겠지만, 시티 오브 런던 인근 지역만 주구장창 머무른 나에게 런던이라하면, 오직 걸어다닌 기억 밖에 없다.

 

 

피카딜리 서커스의 서커스는 라틴어로 원형 광장을 뜻한다. 원형 광장이라기보다는 교차로에 가까운 느낌인데, 미국 타임스퀘어와 같이 세계적인 기업들이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광고를 하고 있었다. 여행 당시가 2014년이라, 갤럭시 노트3 광고도, 현대자동차의 i40 광고도 볼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의 i30이 유럽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던 시점이라 그런지, 여행 중에 i30을 우리 나라 내에서 보다 더 자주 보았는데, 한국 같은 대로가 드물고, 건물 사이 사이 골목이 많은 유럽 도로 사정상 해치백을 선호할 수 밖에 없겠다 싶었다. 실제로도 유럽인들은 대형 세단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고 한다.

 

 

피카딜리 서커스의 한국 기업들

 

 

피카딜리 서커스 지역에는 아시아 음식을 파는 중국음식점, 일본음식점들이 몰려있었는데, 친구 말로는 런던 시내에서 그나마 먹을 만한 음식을 먹으려면 이 곳에 와야한다고 했다. 몇 군데 둘러보다가, 만만해보이는 일본 음식점에서 일본식 카레를 먹었다. 일식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실패할 일이 거의 없다. 가격도 사악한 영국 음식점에 비하면 비교적 저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피카딜리 서커스 지역의 극장들

 

 

꽤 유명한 뮤지컬 극장들이 있어서, 같이 숙소에 묵으며 친해진 형, 동생들은 이 곳에서 매일같이 뮤지컬을 보기도 했다. 나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뮤지컬을 한 작품도 보지 못했는데, 언젠가 '라이언 킹'은 꼭 한 번 보고 싶다.

 

 

레 미제라블이 공연 중인 극장과 빅토리아행 2층 버스

 

 

간단히 피카딜리 서커스 지역에서 요기를 하고 산책 중 '트리커즈' 매장을 발견했다. 트리커즈 부츠를 하나 사와야겠다 마음 먹고 있던 참이라, '말톤'을 하나 구매했다. 여행에서 산 유일한 기념품이라면 기념품인데, 아직까지도 제대로 신어본 적은 없다. 당시에는 국내에 트리커즈가 제대로 수입이 안되던 시절이라 반가운 마음에 구매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충동구매가 아니었나 싶다. 가격은 한화로 45만원 정도 주었던 것 같다. 한국에 비하면 무척 저렴한 가격이었다.

 

 

트리커즈에서 기념품 '말톤'을 사고, 리버풀 스트리트 역으로 친구를 만나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이동했다. 친구는 리버풀 스트리트 인근 '와사비'라는 도시락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숙소에서 먹을 도시락도 구매할 겸, 친구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추어서 '와사비'에 방문했다. 친구를 기다리며 리버풀 스트리트 역을 잠시 구경했는데, 리버풀 스트리트 역은 영국 동부지역으로 향하는 기차들의 주요환승역이라 꽤나 규모가 컸다.

 

 

리버풀 스트리트역의 분주한 영국 시민들

 

 

친구가 일하던 '와사비' CEO가 한국인이라고 들었는데 확실치는 않다

 

 

오후 4시가 지나자 어느 새 해가 지기 시작했다

 

 

친구가 남은 도시락을 가져와 함께, 거리의 벤치에서 나눠 먹고는, 함께 리버풀 스트리트 인근 지역의 미용실을 방문했다. 친구가 머리를 자를 때가 되었다기에 함께 간 것인데, 영국에서 미용실을 한 번 이용하려면 큰 결심이 필요하단다. 그만큼 영국의 물가는 살인적이다고.

 

 

런던 시청과 멀리 보이는 타워 브릿지

 

 

머리를 자르고 나서는, 템즈강의 야경을 보며 커피나 한 잔 하자고 하여 함께 런던 시청으로 향했다. 런던 시청은 타워브릿지 남쪽 템즈강변에 위치하고 있어서, 타워 브릿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많았다. 런던 시청은 유리 모양의 둥근 건물로, '골든 글래스 에그'라고 부르는데, 1층에 카페가 있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따뜻한 커피를 한 잔씩 주문해서는, 얼어붙은 손을 녹이며 창 밖으로 템즈강의 야경을 보았다. 한기가 어느 정도 가시자, 지근거리에 있는 타워 브릿지에 올라서는 언제 함께 런던에 와보겠냐며 기념 사진을 한 장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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