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30분 기차를 타고 파리로 넘어오니 어스름이 내려앉은 저녁이었다. 같은 북반구에 위치하고 있지만 유럽의 저녁 해는 유독 성미가 급한 느낌이다. 곳곳에 있는 Sortie 라는 낯선 표지판이, 영국과는 또 다른 나라에 왔음을 새삼 깨닫게 했다. 역 곳곳에서 낯선 언어들이 들린다. 언뜻 불어처럼 들리지만 간간히 미묘하게 다른 억양과 발음들. 파리 북역은 암스테르담, 브뤼셀, 쾰른 등 국제선 노선의 기착지이기도 하다. 주광색이 아닌 조명은 어딘가 쓸쓸해보였다. 주로 자연에 가까운 주광색을 사용하는 영국역 들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 역이 지어진 지 150년이 넘어서인지, 곳곳에서 악취가 풍겼다.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사용료를 지불해야되는데, 그나마도 화장실 안에 가득 들어찬, 몇일을 씻지 않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