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북역

오후 4시 30분 기차를 타고 파리로 넘어오니 어스름이 내려앉은 저녁이었다. 같은 북반구에 위치하고 있지만 유럽의 저녁 해는 유독 성미가 급한 느낌이다. 곳곳에 있는 Sortie 라는 낯선 표지판이, 영국과는 또 다른 나라에 왔음을 새삼 깨닫게 했다.


역 곳곳에서 낯선 언어들이 들린다. 언뜻 불어처럼 들리지만 간간히 미묘하게 다른 억양과 발음들. 파리 북역은 암스테르담, 브뤼셀, 쾰른 등 국제선 노선의 기착지이기도 하다. 주광색이 아닌 조명은 어딘가 쓸쓸해보였다. 주로 자연에 가까운 주광색을 사용하는 영국역 들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


역이 지어진 지 150년이 넘어서인지, 곳곳에서 악취가 풍겼다.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사용료를 지불해야되는데, 그나마도 화장실 안에 가득 들어찬, 몇일을 씻지 않았는지 모를 집시풍의 사람들 때문에 비좁았다.


17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파리 북역



숙소가 위치한 Croix de chavaux역은 파리 지하철 9호선의 종점 인근에 위치한 역이다. 이번 숙소는 민박이 아닌 호스텔이었는데,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영업을 하는 곳이 아닌지 간판도 없었다. Croix de chavaux역은 파리 외곽에 위치해 중심지역에 비하면 지역 주민 중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이 역 주변에 삼삼오오 모여 도박을 하고 있었다. 런던의 대부분 지역은 밤거리를 돌아다는데 있어서 딱히 위험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아프리카계 이민자들에 대한 편견도 있던 차에, 거리의 청결도도 좋지 않아서 이 곳에서만큼은 스스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처럼 깨끗한 지하철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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