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영박물관, 하이드파크

런던에 왔으니 대영박물관은 한 번 가봐야되지 않겠나 싶었다. 하루를 꼬박 둘러보아도 다 둘러보기 힘들다니, 이 날만큼은 조금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기마경찰대인지, 승마를 취미로 하는 사람들인지 말을 타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루 종일 날씨가 우중충했는데, 사실 첫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날이 흐리거나, 비가 왔다. 우리나라와 달리 런던 시민들은 가벼운 비에는 우산을 쓰는 일이 드물었다. 때로는 거센 장대비가 내리는데도, 개의치않고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엄마들도 있었다.

대영 박물관 가는 길에 잠시 들른 하이드 파크



하이드 파크는 차티스트 운동과 같은 영국 역사의 변곡점에서, 중요한 시위, 집회가 자주 열린 광장의 역할을 한 곳이다. 런던은 비교적 근대 건축물들이 보존이 잘되어있어, 거니는 족족 과거가 병존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이드 파크는 풀이 거의 없는 개활지 같은 공원이었는데, 날이 맑았을 때 왔으면 또 달랐을 것이다. 별다른 구경거리는 없었지만, 혹시나 관련된 흔적이 있나싶어 들렀는데, 비 때문에 뻘이 자꾸 묻어 혼났다.

하이드 파크의 흐린 하늘



지하철을 타고 홀본역으로 이동해서, 십여분을 걸으니 대영박물관에 도착했다. 건물과 경비원 외에는 모두 영국 것이 아니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을만큼, 식민지 개척시대의 대영제국을 상징하는 장소이다. 무수한 약탈 문화재들을 쑤셔넣고 쑤셔넣다보니, 개관 당시보다 몇 곱절 그 규모가 커졌다고 한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대영박물관 건물을 직접 두 눈으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


삼성은 세계 어디에서나 보이지 않는 곳이 없다


중앙홀의 관광객들, 안내데스크에서는 오디오 가이드를 빌려준다



대영박물관 소장품은 거의 백이면 백 약탈 문화재이고, 관광객 중 상당수는 그 약탈 문화재 반출의 당사국 국민인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일말의 양심은 있는지 입장료는 무료였다. 우리나라 또한 직지심체요절을 프랑스로부터 반환받기 위해 대통령까지 나서 협상을 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단순히 유물의 수가 많다고 하여 훌륭한 박물관은 아닐 것이다. 문화재에 대한 보존과 존중을 박물관 설립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면, 3대 박물관 자리에는 오히려 대만 국립 고궁박물관이 들어가야하지 않을까. 개중에는 신전의 기둥과 지붕을 통째로 떼온 것도 있었는데, 이 곳이 아닌 어딘가에서, 지붕과 기둥이 통째로 사라진 폐허와 같은 신전을 바라보는 관람객들의 심정이란 어떨지 잠시 생각해보았다.

이집트, 수단관의 미라들



박물관 내부에서는 되도록 사진 촬영을 자제하고, 유물의 관람에 집중했다. 덕분에 유물 사진은 지금도 거의 남아있는 게 없다. 워낙 다양한 유물들이 있어, 시간이 갈 수록 처음 느꼈던 전율과 같은 감흥이 무뎌져만 갔다. 풍경을 온전히 기억 속에 담아왔던 부여 정림사지에서와 같은 여유로움은, 아무래도 해외에서는 힘들지 않나 싶다. 대영박물관을 제대로 둘러보려면, 적어도 한 달은 미리 공부를 하고, 여행 중 3일 정도의 일정은 따로 빼두고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전히 박물관만 누비고 다녀야 하지 않을까 싶다.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오자 지겨운 비가 또 다시 내리고 있었다


세인트 판크라스 기차역과 런던의 상징 2층 버스


세인트 판크라스 기차역 내부



박물관을 나와서는, 또 다시 하릴 없이 런던시내를 걸었다. 사진은 지나가던 중 우연히 들른 세인트 판크라스 기차역인데, 킹스 크로스 기차역과 붙어있었다. 해리 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기차역으로 알고 있는데, 해리 포터 시리즈를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는 터라, 역 안에서 잠시 분주한 런던 시민들을 구경하고는,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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