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ASIS, Whatver

앨범 커버 속 저 곳은 애리조나 사막의 Derbyshire Moors




오아시스를 좋아하게 되었던 것은,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2005년 무렵이었다. 당시에는 맨체스터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이 우리 나라에 소개되고 있어서, 자연스레 맨체스터 노동자 계급의 우상이었던 갤러거 형제의 온갖 기행들 또한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인터넷 상에 떠돌았다. 박지성이 골을 넣고 나면, 'Don't look back in anger'가 경기 말미에 흘러나왔는데, 유나이티드를 증오에 가까울 정도로 싫어하는 골수 시티팬 갤러거 형제로서는 아연실색할 이야기.


밴드 자체는 2000년대 이후로 줄곧 내리막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노래는 90년대와 2020년대를 점과 점에 자를 대고 선을 그어 놓은 듯,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주변 어느 세대를 통틀어 물어보아도, 90년대는 호시절이었다고 추억한다. 아마 전 시대를 통틀어 그렇게 물질적 풍요와 더불어 미래에 대한 낙관이 사회 전반을 감쌌던 호시절은 없을 것이다. 90년대 중반의 오아시스의 곡들도 그렇다. 많은 팬들이 백미로 치는 다양한 곡들이 있지만, 나는 'Whatever'를 가장 좋아한다. 초반부를 제외하면 가사조차 제대로 외지 못하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초반부의 기타 리프만 들어도 알 수 있다. 대개 오아시스의 곡들은 그런 매력이 있다.


노엘은 이제와서는 자유로워 보이고, 리암은 아직도 사춘기의 방황을 겪는 어른아이같아 보인다. 90년대도, 밴드 오아시스도 다시 돌아올 일은 없겠지만, 90년대에 썼던 노래가사에서만 봐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뭐 아무렴 어떠냐고".

'생각 > 감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Nas, One MIC  (0) 2021.05.13
차승우, Momo  (0) 2021.02.22
강산에, '얼마나 좋을까'  (0) 2021.01.28
멋진하루(My dear enemy, 이윤기, 2008) 블루레이  (0) 2021.01.11
창백한 푸른 점  (0) 2021.01.1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