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지은 지 약 20년이 다되어가는 아파트라 입주 당시부터 손볼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 화장실, 베란다는 전문 업체를 불러 타일교체, 탄성코팅 등의 공사를 했고, 방과 거실은 페인트로 도색해 살릴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살린 채 살고있다. 문제는 누렇게 변색된 인터폰. 기능상에 문제가 없고, 경비실에서 가끔 연락이 오는 일도 있으니 섵불리 교체하기도 애매했다. 플라스틱이 자외선에 노출되면 변색을 피할 수 없다. 때문에 굳이 의류가 아니고서는 모든 물건은 최대한 햇볕을 피하는 것이 좋다. 우리집은 햇볕이 잘드는 편이라 아무래도 변색 수준이 더 심한 듯. 인터폰의 경우도 표준화된 부품 규격이 있어서 교체하려면 해당 제조사의 호환되는 새 제품으로 교체할 수도 있지만, 비용도 비용이고, 사람을 부르는 ..
내가 사는 서초1동은, 강남역과 서초역 사이에 위치한, 업무용 오피스 건물이 밀집한 전형적인 상업지구이다. 그 중 대부분은 변호사 사무실과 병원이란게 좀 특별하달까. 서초구는 반포, 잠원, 강남역 일대 재건축 단지를 제외하고는 대단지 아파트래봐야 몇 동 되지도 않기에, 지역주민들이 찾는 동네 밥집보다는 인근 직장인들의 회식장소에 걸맞는 규모있는 고깃집, 횟집, 호프가 더 많은 것 같다. 서울교대가 주변에 있지만 대학로랄 것도 따로 없다. 조금만 걸으면 강남역이니 사실 학교 주변에서 노는 학생도 없을 것 같다. 결혼 이후로 2달이 지나도록 외식을 거의 한 적이 없는 것같아서, '나 혼자 산다'에 배우 남윤수가 맛있게 순대국을 먹는 것을 보고는 순대국을 먹으러 가기로 결정. 밀린 청소와 이불 빨래를 마치고,..
부쩍 이북 음식을 즐기는 친구들이 늘었다. 나는 평양냉면의 삼삼한 맛을 좋아하지 않고, 오히려 자극적인 MSG가 잔뜩 들어간 변형된 함흥식 세숫대야 냉면을 더 즐기지만. 을밀대, 봉피양 같은 프랜차이즈들이 흔해진만큼, 어복쟁반이라던가, 평양냉면 같은 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포천으로 고등학교 동창들과 놀러 갔다오는 길에, 평양 냉면을 먹으러 강동에 있는 봉피양을 갈까하다가, 한 녀석이 묘향만두는 어떻냐는 말에 방문. 와이프가 LG 2군 연습장을 찾아갈 정도로 LG 야구단을 좋아했기에, 여기에 간다고 하니 만두를 포장해오라고 했다. 서울 동북쪽에선 유명한 맛집인듯. 가게 자체는 워커힐에서 멀지 않은 구리시 한강변에 위치해있다. 인근에는 FC서울과 LG트윈스 연습구장이 위치해있다. 평일에는 선수들을 찾아오..
허구헌 날 멈춰있는 시계들을 보면서, 나중에 오버홀 비용이 갑절은 들겠구나 하는 생각에 와치와인더를 구매했다. 오버홀 하는 것도 아까운, 뭐 그다지 좋은 시계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멈춰 있는 시계를 보면 꼭 게으른 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쓰인다할까. 울프, 사보이, 하이덴 같은 비싼 와치와인더도 있지만, 요즘은 중국산 중에도 찾아보면 괜찮은 게 꽤 있다. 이번에 산 와치와인더도 10만원이란 가격에 산 것 치곤 브랜드 네임도 없음에도 마감도, 디자인도 꽤나 만족스럽다. 비싼 와치와인더는 자식에게 물려줄 만큼 좋은 시계를 손에 넣었을 때, 큰 마음 먹고 구매하기로. 재질은 아크릴, 원목인데, 내부의 스틸도 그렇고 마냥 싸구려같지만은 않아서 만족. 신혼집에 들어오면서 중국산 철제 선반 같은 것들을 구매했을..
어느덧, 유부남 한 달차. 많은 것이 변한 일상의 면면들이 나름 소소한 행복으로 가득 차 있다. 끼니를 챙겨먹고, 불이 켜진 집에 들어오고, 고민하며 비어있던 공간을 온기로 채워나가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 결혼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독신에는 행복이 없다했던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삶인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는 많은 어려움도 있겠지만.
사람들이 대부분 12시간 이후로는 발열과 오한이 온다고들 하던데, 나 역시 접종 후 12시간이 지나자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첫날 밤은 열 때문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리저리 뒤척이다보니 새벽이었다. 깰 때마다 열을 쟀는데, 38.5도가 최고 기록이었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 38.2도 정도로 내려왔다. 24시간이 흐르기 전까지 37.5도 밑으로 열이 떨어지지 않았고, 48시간여가 지나자 비로소 정상 체온으로 돌아왔다. 주변 사람들 중에는 발열 뿐만 아니라 오한, 설사로 고생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개인 차는 있겠지만, 아데노바이러스에 많이 노출되지 않은, 젊은 연령층에서 면역 반응이 더욱 심하다고 한다. 잔병치레를 안하는 내 경우도 꽤나 끙끙 앓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면 내가 아직 젊다는 방증..
기회가 되어 백신 접종을 하게 되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살짝 우려는 되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가능한 한 백신 접종자가 많아지는 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유일한 길이기에, 대승적 차원에서 맞기로 결정했다. 모든 의약품에는 사실 부작용이 있다. 일관성 없는 정부지침에 대한 피로감, 사실상 백신 접종을 강권하는 사내 분위기에 대한 반감 등, 여러 측면에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조금은 부풀려져 있는 느낌. 정부 차원에서 백신 접종을 장려할 것이라면, 백신접종을 통해 부작용이 발생시 접종자가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것이 아닌, 국가가 그 인과관계 없음을 입증하도록 해야하지 않나 싶다. 작금의 사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신이라기보다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근본 원인이니 말이다. 굴지의..
신혼여행을 앞두고 아이폰 12를 못내 사고 싶어하던 와이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와이프를 위해 신혼 선물로 쿠팡에서 자급제 폰을 구매했다. 요즘은 자급제와 알뜰요금제 조합을 많이들 애용하는 것을 들어 알고있었기에. 중고 아이폰은 팔아 신혼여행 경비에 보태기로 결정. 개인정보 유출 때문에, 정든 폰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는 이유로 중고판매를 꺼려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아이폰의 경우 3년 정도는 가격방어가 워낙 좋기에 파는 것이 무조건 이득이라는 생각이다. 경로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일단 중고나라, 당근마켓같은 개인 직매. 이 경우는 워낙에 외관 및 배터리 등에 예민한 사람들도 많고, 매매 후 환불할 경우에는 기기 부품 교환 등의 알 수 없는 불상사가 있을 수 있기에 패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대리..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NBA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서, 선수 카드를 모으기도 하고, 조던 농구화 넘버링을 모으기도 했다. 십수년을 이어왔으니 꽤나 오래 애정을 가진 취미였는데, 역시나 어느 순간부터 시들해졌다. 특히 농구화의 경우에는 신고 뛰어보지도 못한 채 가수분해 되어버리곤 했다. 몇 켤레를 그렇게 버렸을까. 이후로 농구화를 잘 사지 않다가, 할인 쿠폰이 있는 친구 덕에 모처럼 언더아머 강남점으로 농구화 구경을 갔다. 비록 3대 500은 안되지만, 언더아머 의류를 구매할 일은 없을 듯해서 염치불구하고. 언더아머가 국내에서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하던 것이 몇년 전인데, 그사이 시장 점유율을 많이 뺏지는 못했던 것 같다. 가까운 곳에 매장이 없기도 하고, 다양한 제품을 구경하고 싶기도 해서, 이번에는 ..
필기구에 대한 욕심은 없지만, 간혹 친구가 졸업이나 취업을 하는 경우에 워터맨 헤미스피어같은 실용적인 볼펜을 선물하곤 했다. 막연히 만년필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만 하다가, 장모님께서 선물을 해주신다기에, 염치불구하고 무리를 했다. 평생 소중히 간직하며 옆에 둘 물건 하나쯤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달까. 펠리칸이나 파커같은 경우엔 플래그쉽 모델도 구매할 수 있는 가격대이지만, 역시나 하나를 가질 수 있다면 몽블랑이 아닌가 싶다. 몽블랑 같은 경우는 워낙 이미테이션이 많아 검증된 업체에서 구매해야 한다. 가품의 퀄리티가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육안으로 봐서는 알아보기도 힘들단다. 기왕에 진품과 가품의 퀄리티 차이가 크지 않다면 원효대사 해골물처럼 약수 마시듯 모르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지만, 이번..
달러를 마음껏 찍어낼 수 있는 기축통화국이자, 한편으로 막대한 석유, 천연가스가 뭍혀있는 자원부국. 여행차 방문한 미국 몇몇 도시에서 이방인의 시선에서 본 미국인들의 소비성향은 가히 놀라웠는데, 소비의 왕국 미국에서도 가장 미국적인 사업모델이 코스트코이 아닐까 한다. 코스트코는 기본적으로 회원이 아닐 경우 구매가 불가능한 구조인데, 연간회원들이 지불하는 연회비(한국 기준 38,500원, 이규제큐티브 80,000원)를 기반으로, 최소화한 상품마진을 회원들의 대량 구매를 통해 보전한다. 회비를 지불한 회원들이 최대한 많은 상품을 구매할 수록 수익이 나는 구조. 우리 나라의 마트와 다른 점은 회원이 아니면 입장조차 불가능하다는 점. 하지만 상품권을 이용하면 회원이 아니더라도 상품권을 통한 입장과 구매가 가능하..
뭔가 순서가 뒤죽박죽인 느낌은 있지만,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예식장의 선정이었다. 요즘은 '베뉴'라고 하던데 굳이 그렇게 표현할 이유가 있는지, 좀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외국에서는 다들 그렇게 부르나? 예식장의 선정은 가장 고려해야할 사항도 많고, 그만큼 다툼의 여지도 많은 결혼 준비 최대의 난관이 아닌가싶다. 각자의 취향에 더해서, 양가 집안 어른의 의견까지 더해지니, 사소한 것 하나하나 허투루할 것이 없었다. 일단 우리의 고려사항은 크게, 양가 모두 본가가 경상도이기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가까운지', 복수홀 운영인 경우 동선이 꼬이면서 시장통같은 분위기가 되는 것을 많이 봐왔기에, '단독홀로 여유로운 예식이 가능한지'였다. 식대 가격이라던지, 천고라던지, 단상의 존재여부라던지, 조명의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