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집에서 오래 전부터 현역으로 뛰고 있던 맥주컵. 이 때 우리 가족은 분명 롯데를 응원했는데, 애먼 OB의 컵이 떡하니 찬장 한 켠을 차지하고 눌러앉았을 줄이야. 아마도 아버지가 늘 일 마치고 돌아오시면 하이트 맥주 한 잔에 갓김치를 곁들여 반주를 하셨는데, 95년 10월 어느 날, 그 날따라 동네 점빵에 하이트가 없었던 모양이다. 장호연, 박철순, 심정수, 정수근. 기억에 남는 선수들은 이제 모두 은퇴하고 없다. 그들이 남긴 불멸의 기록들만 인구에 회자될 뿐. 찬장 구석에 쳐박혀 있던 걸, 우연한 기회에 발견해서 다시 서울 집으로 가져왔다. 26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프린팅도 멀쩡하고, 이가 나간 곳도 없다. 프로야구가 그 이후로 오랜 침체기를 겼었었는데, 프로야구 인기가 살아나고, 레트로 ..
코로나 4단계 이후로, 이제는 편히 누군가를 만나기도 힘들어졌다. 회식도 모임도, 모든 인간관계가 일시정지. 덕분에 사놓고 하지 않던 플레이스테이션 타이틀에 하나 둘 도전했고, 처음으로 클리어한 타이틀이 저지 아이즈다. 레드 데드 리뎀션2, 콜 오브 듀티 콜드워, 올해 안에 이 두 타이틀도 깨보려하는데 시간상 될 지는 모르겠다. 서브 퀘스트는 거의 진행하지 않고, 메인 퀘스트만 따라갔는데도 23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영화 한 편이 만원 가량인데, 그 10배의 시간을 즐기고도 19,800원 밖에 들지 않았으니 새삼 가격대비 효용이 대단하다 싶다. 한국의 양산형 온라인 게임이 확률성 아이템을 획득하기 위한 현질 도박판으로 변질되어 버린 반면, 세가같은 제작사들은 우직하게 게임 본연의 맛을 간직한 양질의 콘텐..
흑석동에 8년을 살았는데도, 졸업 이후로는 흑석동을 찾은 기억이 거의 없다. 결혼식에 와준 친구가 본동에 살고있어 답례로 밥이나 한 끼 먹자고 약속을 잡았다. 막상 본동 인근엔 마땅찮은 식당이 없어 모처럼 흑석동을 들렀다. 신입생 시절과 비교하면, 아니 졸업 당시와 비교해도 학교는 많이 변했다. 신입생 시절엔 지금의 잔디광장이 Y로 라 불리며, 그 중앙에 꼬추탑이라 불리던 남근 모양의 탑이 있었다. 풍수지리상 음기가 강한 땅이라 그 음기를 누르기 위해 그랬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지금의 교양학관 건물은 정경대학이 사용했었다. 경제학과를 다니던 고등학교 동창 덕에 뺀질나게 찾던 건물이다. 팔각정이라 불리던 매점이 있었는데, 아예 부속건물 자체를 허물어버려 이제는 흔적도 없다. 영신관의 할매동상에는 가끔 술..
2021년도 어느새 하반기에 접어든다. 브레이브 걸스의 롤린이 유튜브 알고리즘에 의해 역주행을 시작하던 무렵이 얼핏 기억나는데, 요즘엔 TV를 틀면 그녀들이 안나오는 곳이 없다. 상반기에는 결혼식 준비와 신혼집 꾸미는 일로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하반기에는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읽고싶던 책도 읽고, 미뤄두었던 공부도 좀 하려한다. 신혼여행을 할부로 간다는 샘치고, 이 곳 저 곳을 함께 누빌 것이다. 코로나를 핑계로 미뤄두었던 운동도 다시 시작할 것이다. 상반기에 교양 삼아 들었던 세계사 강의도 다시 한 번 들어볼까한다. 요근래 민법, 헌법을 다시 인터넷 강의로 라디오처럼 흘려듣고있다. 대학생 때는 왜 그리도 공부가 싫었던지. 지금 전업 학생으로 살라하면 공부가 제일 재미있을 것만 같다. 법으로 밥 먹고..
분명 노르웨이같은 유럽 일부국가가 혈전 생성 등을 이유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자국 젊은이들에게 접종을 금지했을 당시에도,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며 접종을 권유하던 것이 현 정부였다. 그러던 것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조차 수급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니 슬그머니 우리나라도 50세 미만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금지시켜버렸다. 추후에 원하는 사람은 2차에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해주겠다더니, 이제는 강제 교차접종 대상이라고 통보가 왔다. 이마저도 못맞는 국민들이 태반이라 복에 겨운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설득의 단계가 세네단계는 생략되어 버린 느낌. 무리하게 2차 접종 분량을 1차에 당겨쓰느라 이 사단이 난 것인지, 아니면 2차 분량이 수급이 어려워져 그런 것인지는 높으신 분들만 아는 진실..
집 구조 상 공기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서큘레이터 구매를 고민하던 중, 이왕 사는 거 날개없는 선풍기는 어떨까 싶어 구매했다. 네이버 최저가로 34만원 정도하는데, 일반 선풍기의 10배 가격이다. 예전부터 사고싶었지만 선뜻 구매버튼을 클릭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도 다 저 사악한 가격 탓이다. 포장을 뜯으면 받침대, 모터, 배출구의 3파트로 구분 포장 되어있다. 친절하게 홈을 맞추는 부분이 스티커로 표시되어있어 해당부분에 결속하면 된다. 리모컨이 포장 깊숙이 숨어있어 한참을 찾았다. 리모컨으로 풍향과 풍속을 조절할 수 있는데, 최대인 10까지 풍속을 올리면 생각보다는 소음이 있는 편. 바람의 세기 또한 내 생각보다는 약했다. 물론 어린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날개가 없다는 것 하나로도 구매할 이유는 충분할 ..
어느덧 차량등록 후 4년이 지나, 첫 정기검사 기일이 도래했다. 정기검사는 비교적 여유를 두고 통지서가 날아오는데도,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어느새 기한 만료일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 더 미루지 말고 가까운 쌍용자동차 남부정비사업소에 방문해서 검사를 받았다. 영업시간은 08:30분부터 18:00까지로, 별도의 예약은 필요없이 자동차등록증을 가지고 방문, 접수하면 순차적으로 검사가 진행된다. 통지서상에는 보험증서도 필요하다고 되어있지만, 요즘은 전상상으로 보험가입 여부는 조회가 가능하기에 보험증서는 별도로 지참하지 않아도 된다. 서초구에는 모두 3곳의 차량정기검사 대행 정비소가 있는데, 교대 인근에는 쌍용자동차 남부정비사업소가 가깝다. 당연하게도 쌍용자동차 차량이 아니어도 검사가 가능하고, 내가 방문했..
7월 15일은 우리 부부가 만난 지 어느덧 4년이 되는 날이라, 코로나 시국임에도 모처럼 외식을 했다. 집 앞을 오며가며 보았던 초밥집 스시진수. 서초역의 스시소라를 갈까 고민하다가 퇴근 후에도 도보로 갈 수 있고, 덕분에 술 한 잔 가볍게 곁들일 수 있는 스시진수로 결정했다. 코로나 때문에 다찌석에 앉는 것이 조금 꺼림칙했지만, 그래도 오마카세는 다찌석에서 먹어야되지 않나 싶어 다찌석으로 예약했다. 저녁 6시부터 9시 사이에 자유롭게 예약이 가능했는데,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이미 만석이었다. 다찌석은 모두 6커플 정도였던 것 같다. 오마카세 답게 부위별로 설명을 곁들여 내주셨는데, 아무래도 마스크를 다들 쓰고있으니 잘 못알아들었다. 알고 먹어도, 모르고 먹어도 맛있는 것이 초밥인데, 뭐 아무렴 어떨까...
친구가 결혼 선물로 닌텐도 스위치를 줬다. 제조일자가 2020년 10월인 것을 보니, 코로나 이후로 한창 스위치가 구하기 힘들어졌을 당시의 제품인데, 아무래도 퇴근 후에는 도저히 할 시간이 안난단다. 나야 고마운 일이다. 공짜로 스위치도 생긴 김에, 마리오 파티 등 타이틀 구매를 위해 가까운 남부터미널역의 한우리를 방문했다. 한우리는 20:00까지 영업하고, 국제전자상가 9층에 위치하고 있다. 용산, 강변, 신도림 어디할 것 없이 전자상가들의 공실율은 심각할 지경이다. 이 곳도 전자제품 코너가 위치한 2층, 3층이 특히 그런데, 백화점이나 대형매장에서 혼수나 이사 가전을 구매하는 것으로 트렌드가 바뀐 후로는 손님을 찾아보기 더 힘들어졌다. 기사를 보니 강변 테크노마트 같은 경우 임대료를 받지 않고 관리비..
서울 살이의 장점이라함은, 문화 향유의 저변이 비교적 넓다는 점이다. 집 주변을 산책하다가 발견한 체육관인데, 크라브 마가라는 운동을 가르치는 곳인 듯. 관심이 가서 한 번 찾아보았다. 일단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세계적인 분쟁 접경지인 이스라엘에서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창시된 급소 공격기 위주의 비교적 역사가 짧은 호신술이란다. 여타 무술과 차별점이라면, 총과 칼을 들고 있는 상황이나, 수명에게 공격을 받는 상황 등 극단적인 상황을 상정해놓고 이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기술을 가르쳐준다는 것. 일단 상대방이 흉기 등을 들고 있지 않은 경우, 상대방이 나보다 체구가 크다 하더라도 울대, 명치, 관자놀이 등 급소부위를 공격할 경우 과잉방위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고, 주..
대학로는 볼 거리, 즐길 거리로 가득한 별천지 같은 곳이다. 젊은 희극인들과 인근의 성균관대 학생들이 터 다져놓은 이 곳엔 가벼운 주머니들을 위한 개성있는 펍도 많은데, 더 도어스도 그런 곳이다. 맥주 한 잔 시켜놓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좋아하는 신청곡을 신청해 들을 수 있다. 빨간 벽돌 건물의 2층에 위치해있는데, 내부가 굉장히 협소해서 장시간 술을 마신다거나 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대부분은 음주보다는 음악을 들으러 오는 듯하다. 아무래도 화장실 문제도 있고. LP판은 웬만한 것은 다 있는 듯한데, 해당곡이 수록된 LP판이 없을 경우 MP3를 재생해서 들려주는 것 같았다. 그래도 가능한 한 신청곡은 모두 틀어주시는 듯. 수많은 추억이 담긴 쪽지를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대부분은 성균관대 학생들이었는..
마곡 나들이를 간 김에 지인 추천을 받아 방문한 카페. 원래는 대구에서 규모가 있는 동명의 카페를 운영하시던 사장님 부부가 서울로 매장을 옮겼다. 해리스와 헤이스의 만남인가? 부부가 함께 카페를 지키는데, 남편분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외국인이다. 운영시간이 6시까지로 짧아 서둘렀고 다행히 늦지않게 도착했다. 주차는 지하1층에 1시간 무료주차가 가능하다. 단, 주차 공간이 협소하니 운전에 자신없는 분은 도전하지 않는 걸 추천한다. 우리는 플랫 화이트와 카페라떼를 주문했다. 음료 가격은 전체적으로 평범하다. 오히려 퀄리티에 비하면 저렴하다 할 정도. 내부에는 간이 테이블이 5개 가량 있는데 마주보고 앉을 수는 없는 구조. 일행이 여럿이라면 카페 내부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는 데는 어려움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