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동에서의 8년

흑석동에 8년을 살았는데도, 졸업 이후로는 흑석동을 찾은 기억이 거의 없다. 결혼식에 와준 친구가 본동에 살고있어 답례로 밥이나 한 끼 먹자고 약속을 잡았다. 막상 본동 인근엔 마땅찮은 식당이 없어 모처럼 흑석동을 들렀다.


대학교회 건물 영신관



신입생 시절과 비교하면, 아니 졸업 당시와 비교해도 학교는 많이 변했다. 신입생 시절엔 지금의 잔디광장이 Y로 라 불리며, 그 중앙에 꼬추탑이라 불리던 남근 모양의 탑이 있었다. 풍수지리상 음기가 강한 땅이라 그 음기를 누르기 위해 그랬다는데, 믿거나 말거나. 지금의 교양학관 건물은 정경대학이 사용했었다. 경제학과를 다니던 고등학교 동창 덕에 뺀질나게 찾던 건물이다. 팔각정이라 불리던 매점이 있었는데, 아예 부속건물 자체를 허물어버려 이제는 흔적도 없다.


영신관과 잔디 광장



영신관의 할매동상에는 가끔 술취한 선배들이 라바콘을 모자랍시고 씌우곤했다. 할매도 아직 안녕하신 모양이다.


봄이면 벚꽃이 만개하는 고구동산



고구동산에는 작은 농구장이 있어, 겨울이면 친구와 공을 던지러 가곤했다. 학교 중앙의 자이언트 농구장은 늘상 풀코트 게임이 있어 공 한 번 던지기 쉽지 않았다. 자이언트 구장은 이제 헐리고, 그 자리에는 100주년 기념관이라는 매머드급 건물이 들어섰다. 내가 졸업할 당시까지도 말만 무성했지 첫 삽을 뜨지도 못했었던 것이, 이제는 학교의 상징같은 건물이 되었다.


예전의 청기와 갈비가 있던 곳. 지금은 흑석동에도 스타벅스가 생겼다



흑석동은 고립된 상권이라, 내가 학교다닐 무렵엔 맥도날드를 제외하면 이렇다할 프랜차이즈 하나 없었는데, 못보던 사이 스타벅스가 생겼다. 사실 앞선 모든 변화보다 더 놀라운 변화랄까. 아마 그 이전에는 세렌디피티라는 카페가 있었고, 그 전엔 청기와라는 고깃집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시간이 없어 많은 곳을 가보지는 못했다. 기껏해야 영신관과 약학관 건물 언저리만 맴돌았다. 아마 속속들이 변한 것도, 변하지 않은 것도 많을 테지만 훗날 따로 시간을 내어 둘러보기로 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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