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타운 직장인들의 든든한 한 끼, 서초동 인하순대국

내가 사는 서초1동은, 강남역과 서초역 사이에 위치한, 업무용 오피스 건물이 밀집한 전형적인 상업지구이다. 그 중 대부분은 변호사 사무실과 병원이란게 좀 특별하달까. 서초구는 반포, 잠원, 강남역 일대 재건축 단지를 제외하고는 대단지 아파트래봐야 몇 동 되지도 않기에, 지역주민들이 찾는 동네 밥집보다는 인근 직장인들의 회식장소에 걸맞는 규모있는 고깃집, 횟집, 호프가 더 많은 것 같다. 서울교대가 주변에 있지만 대학로랄 것도 따로 없다. 조금만 걸으면 강남역이니 사실 학교 주변에서 노는 학생도 없을 것 같다.


결혼 이후로 2달이 지나도록 외식을 거의 한 적이 없는 것같아서, '나 혼자 산다'에 배우 남윤수가 맛있게 순대국을 먹는 것을 보고는 순대국을 먹으러 가기로 결정. 밀린 청소와 이불 빨래를 마치고, 모처럼 동네 산책에 나섰다. 서초1동은 토박이도 드문 것 같고, 그만큼 오래 된 맛집도 찾기 어렵지만, 검색과 추천 끝에 30년 가까이 한 자리에서 영업 중이라는 교대역 인근의 '인하순대국'에 갔다.



정문이 따로 없이 빌딩 계단 옆에 있다



늦은 오후 시간이라 손님은 거의 없었고, 오래된 식당이 다 그렇듯 내부가 그리 깔끔하지는 않았다. 순대국 옹기는 오히려 낡아야 더 맛이 담기는 법이니 크게 상관치는 않았지만, 청결에 민감한 사람에겐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특별한 것 없는 내부. 늦은 오후라 손님이 없다


순대정식(11,000원) 막 삶은 편육과 순대가 맛스럽게 담겨나온다



밑간이 되어나오고 다대기도 따로 넣지 않아도 된다. 편육과 순대는 막 삶은 듯 따뜻했고 부드러웠다. 테이블 회전이 빨라서 계속 고기를 삶는 것 같았는데 주인장 내외가 항상 가게를 지키고 계시며 고기를 삶고 식히고 있었다.


인근 법조타운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집이고, 서초1동에 흔치 않은 동네 밥집같은 느낌이라, 비 오는 날이나 해장이 필요한 날 따뜻한 순대국 생각이 날 땐 다시 찾을 것 같은 맛. 노부부와 함께 보기 좋게 나이 든, 질박한 순댓국의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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