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철원에 다녀왔다. 철원은 이번이 두번째 방문이다. 동장군의 기세가 매서울 때면, 우스개소리로 모스크바 보다 철원이 춥다는 농을 듣곤한다. 그 정도로 겨울 철원은 추웠다. 숙소는 고석정 인근의 펜션이다. 펜션의 이름은 '사람 사는 세상'이었는데, 시설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한탄강의 절경을 그 어느 곳보다 가까이 볼 수 있었다. 펜션에서 고석정이 한 눈에 보였다. 금요일 다들 퇴근하고 강남역에서 출발하니 자동차로 2시간 남짓 걸린다. 철원으로 바로 닿는 고속도로는 아직 없다. 고석정은 임꺽정이 활동한 주근거지라고 한다. 내륙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용암지형인데, 때문에 곳곳에 제주도와 같은 현무암을 볼 수 있다. 용암이 지나간 자리를 걸을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있어, 비싼 입장료를 내고서라..
처가네 식구들과 함께 한 1박 2일의 단양여행. 그간 여러 차례 단양을 방문할 일이 있어, 일대 풍광의 아름다움은 익히 알고있던 차였다. 연말이라 그런지, 수도권 인근은 어느 곳 하나 할 것 없이 예약이 쉽지 않다. 그나마도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수도권은 6인 이내로 인원 제한이 생긴 터였다. 강원도를 가볼까하다가, 양양고속도로의 지긋지긋한 교통정체 때문에 혹여나 임신 중인 처제가 고생할까싶어 중부내륙이 좋겠다 싶었다. 이 곳 저 곳 둘러보다, 여러 모로 평이 좋던 충북 단양의 풀꽃나무펜션으로 예약을 했다. 요즘은 소규모 인원만을 제한적으로 받는 펜션이 많은데, 이 곳은 넉넉히 8인까지도 예약을 받아준다. 이른 아침에 출발을 했더니, 도담삼봉을 둘러보고, 허기를 채운 뒤에도 시간이 남는다. 펜..
와이프 친구의 할아버지가 탄을 캐던 곳. 탄가루를 씻어내려 대포에서 노곤한 저녁만찬을 즐기던 광부들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겨울 초입의 정선 함백을 찾았다. 그들 대다수가 그랬듯, 할아버지께서도 진폐증을 비롯한 각종 산업병을 앓다 가셨다. 정선, 태백에 대한 관심은 아주 오래 전 KBS의 다큐멘터리 '길택씨의 아이들'을 통해 시작되었지만, 실제 폐광촌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교적 짧은 흥망성쇠의 역사이지만, 그들이 이루어낸 삶은 여전히 단단하다. 광부들이 사라진 마을은 그들의 손주들도 사라졌다. 일대의 아낙이래봐야 외국에서 시집 온 외국인들인데, 저녁이 되니 삼삼오오 모여 알 수 없는 국적의 이야기들을 나눈다. 멀리 보이는 곳은 타임캡슐공원. 엽기적인 그녀의 한 장면을 촬영했다는데, 영화를..
30대 중반을 넘어 후반을 향해가는 우리. 동창들 중 그나마 단체톡방을 만들어 소식을 주고받는 무리가 둘 있는데, 한 쪽은 이젠 둘 빼고는 모두 유부남이 되었다. 열 중 여덟이 유부남이니, 결혼을 안한다 안한다하지만 또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요즘 그 무리 중 한 녀석이 유난히 모임을 자주 추진한다. 덕분에 분기별로 시간이 맞는 녀석들만 모여 함께 여행을 떠나는데, 나름 일상의 활력소다. 다 허락해주신 우리 와이프님의 은덕 덕분이거니. 이제 하나 둘 육아를 시작하게 되면 이 조차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여행은 친구의 집들이를 겸한 1박 2일의 글램핑. 공무원 특별공급으로 4억에 분양받은 세종시의 아파트가 어느덧 호가로 9억을 넘었단다. 여행 중 대부분을 부동산과 정치이야기로 보내었으니 우리도 나이..
오후 4시 30분 기차를 타고 파리로 넘어오니 어스름이 내려앉은 저녁이었다. 같은 북반구에 위치하고 있지만 유럽의 저녁 해는 유독 성미가 급한 느낌이다. 곳곳에 있는 Sortie 라는 낯선 표지판이, 영국과는 또 다른 나라에 왔음을 새삼 깨닫게 했다. 역 곳곳에서 낯선 언어들이 들린다. 언뜻 불어처럼 들리지만 간간히 미묘하게 다른 억양과 발음들. 파리 북역은 암스테르담, 브뤼셀, 쾰른 등 국제선 노선의 기착지이기도 하다. 주광색이 아닌 조명은 어딘가 쓸쓸해보였다. 주로 자연에 가까운 주광색을 사용하는 영국역 들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 역이 지어진 지 150년이 넘어서인지, 곳곳에서 악취가 풍겼다. 화장실을 이용하려면 사용료를 지불해야되는데, 그나마도 화장실 안에 가득 들어찬, 몇일을 씻지 않았는지..
런던 1존만 돌아다닌 것 같은데 어느 덧 런던을 떠날 때가 되었다. 더 긴 일정을 잡았다면 리버풀도 가보았을텐데, 런던만으로도 5일의 일정은 촉박하고 부족했다. 내가 게으른 탓도 있지만, 박물관과 미술관만 해도 하루는 온전히 시간을 내어야 제대로 둘러볼 수 있을만큼 런던은 볼 거리, 즐길 거리가 넘친다. 숙소에서 만난 형은 뮤지컬을 하루에 한 편씩을, 다른 형은 일주일 넘게 눌러 앉아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2경기 보고 간다고 했다. 런던의 일반적인 건물들은 모두 지하에도 사람이 사는 듯 했다. 내가 묵던 숙소도 지하에 있던 터라, 지내던 내내 습기가 온 몸으로 느껴졌다. 아마 비가 그토록 오지 않았다면 조금은 지내기 수월했을 지도 모르겠다. 런던에 대한 기억은 온통 비를 맞고 다닌 기억 밖에 없다. 런던..
매여름 늘 계곡을 함께 찾았던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과 함께 한 하루. 코로나 4단계로 인해 저녁 6시 이후로는 3명 이상의 모임이 불가하기에 서울 근교 계곡을 당일치기로 다녀 오기로 했다. 경기도 일대의 계곡은 하천변 정비사업으로 인해 대부분의 불법 영업장들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평의 하천은 대부분 상수원 보호구역이기에 계곡 내에서의 취사는 불법이다. 여러 블로그를 보면 딱히 단속하는 공무원이 없다하여 합법인냥 취사를 한 사례들을 많이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은 법률의 부지라고 보면 된다. 때문에 계곡에서 최대한 가깝고, 합법적으로 인,허가를 받고 영업하는 곳을 검색했고, 그렇게 찾은 곳이 바로 가평호수유원지민박이다. 평상을 6만원에 대여하면, 딱히 음식을 시키지 않아도 샤워장, 취사장, 화장..
어김없이 흐린 하루. 숙소가 지하였던 터라 며칠 째 잔뜩 습기를 머금은 외투가 눅진하게 온 몸을 휘감는 듯했다.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런던. 늘상 그렇듯, 주변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다가, 런던에 왔으니 미술관도 한 번 가보자는 마음으로 테이트 모던에 가기로 결정했다. 테이트 모던은 밀레니엄 브릿지 남단 뱅크사이드 지역에 위치한 미술관인데,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함께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곳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산업혁명 시대의 공장건물을 멋들이지게 리모델링해서 미술관 건물로 쓰고 있다는 것. 더군다나 입장료도 무료라니 금상첨화였다. 출발 전, 여느 때와 같이 핌리코역 주변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자주 보았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007 시리즈에서 익히 보아왔던..
직장 동료들과 계곡물에 발 담그고 백숙이나 한 끼 먹자며 찾은 곳이다. 가평에는 많은 산수 좋은 계곡이 있지만, 이 중 특히 서울에서 가까운 계곡을 꼽자면 역시나 유명산 어비계곡을 꼽을 수 있다. 어비계곡은 양평과 가평 사이 어비산 기슭에서 시작되는 계곡이 유명산자락까지 이어진다. 가인만당은 어비계곡 입구에서 약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솥뚜껑 닭볶음탕으로 유명한 민남기집에서 멀지 않은 곳. 가인만당에서도 닭볶음탕을 판매하고 있다. 가인만당은 대략 15대 이상 차량 주차가 가능한 넓은 주차장을 갖추고 있고, 주차장 주변으로는 꽤나 수령이 되어 보이는 큰 나무가 있어 쉬기 좋은 그늘이 진다. 계곡물은 성인 기준으로 허벅지 정도 깊이로, 아이들이 놀기에 좋은 수심이다. 물론 계곡의 수량은 날씨에 따..
런던에 왔으니 대영박물관은 한 번 가봐야되지 않겠나 싶었다. 하루를 꼬박 둘러보아도 다 둘러보기 힘들다니, 이 날만큼은 조금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하루 종일 날씨가 우중충했는데, 사실 첫날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의 날이 흐리거나, 비가 왔다. 우리나라와 달리 런던 시민들은 가벼운 비에는 우산을 쓰는 일이 드물었다. 때로는 거센 장대비가 내리는데도, 개의치않고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엄마들도 있었다. 하이드 파크는 차티스트 운동과 같은 영국 역사의 변곡점에서, 중요한 시위, 집회가 자주 열린 광장의 역할을 한 곳이다. 런던은 비교적 근대 건축물들이 보존이 잘되어있어, 거니는 족족 과거가 병존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이드 파크는 풀이 거의 없는 개활지 같은 공원이었는데, 날이 맑았을 때 왔으면 또 달랐을 것..
일정도 계획도 없는 여행. 셋째 날도 밍기적대다가, 피카딜리 서커스가 가깝길래 산책 삼아 가보았다. 런던도 어떤 곳을 어떤 목적으로 여행하느냐에 따라 이동 수단도 천차 만별이겠지만, 시티 오브 런던 인근 지역만 주구장창 머무른 나에게 런던이라하면, 오직 걸어다닌 기억 밖에 없다. 피카딜리 서커스의 서커스는 라틴어로 원형 광장을 뜻한다. 원형 광장이라기보다는 교차로에 가까운 느낌인데, 미국 타임스퀘어와 같이 세계적인 기업들이 대형 디스플레이를 통해 광고를 하고 있었다. 여행 당시가 2014년이라, 갤럭시 노트3 광고도, 현대자동차의 i40 광고도 볼 수 있었다. 현대자동차의 i30이 유럽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던 시점이라 그런지, 여행 중에 i30을 우리 나라 내에서 보다 더 자주 보았는데, 한국 같은 대로..
대부분의 캠핑장이 난민촌을 예상케하는데 비해, 이 곳은 늘 찾을 때마다 캠핑의 진면목을 만끽케한다. 일단 파쇄석이 아닌 노지란 점이 그렇고, 또 캠핑 사이트가 지정되어 있지 않고, 구획 내의 어디든 이용객이 선점만 하면 자유롭게 텐트를 칠 수 있다는 점이 그렇다. 원주그린애캠핑장은 지금까지 세 번 방문했는데, 처음 방문할 당시만 해도 평일 장박이 가능했다. 이제는 주말과 공휴일만 예약을 받는다. 첫 캠핑을 이 곳에서 시작했기에, 이후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캠핑장을 찾을 때마다 실망만 한 기억. 캠핑장 가운데 샤워장과 세척장이 있고, 매점이 있는 관리동도 있다. 화로 같은 경우는 대여를 해주기도 한다. 예약은 그린애캠핑장 네이버 카페에서 가능. 보통 월초면 예약이 가득차기 때문에, 연휴가 긴 달은 서둘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