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정선 함백

와이프 친구의 할아버지가 탄을 캐던 곳. 탄가루를 씻어내려 대포에서 노곤한 저녁만찬을 즐기던 광부들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겨울 초입의 정선 함백을 찾았다. 그들 대다수가 그랬듯, 할아버지께서도 진폐증을 비롯한 각종 산업병을 앓다 가셨다.

아직은 잎이 지지 않은 늦가을의 정선



정선, 태백에 대한 관심은 아주 오래 전 KBS의 다큐멘터리 '길택씨의 아이들'을 통해 시작되었지만, 실제 폐광촌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교적 짧은 흥망성쇠의 역사이지만, 그들이 이루어낸 삶은 여전히 단단하다.


마을 재생을 위한 각종 벽화들



광부들이 사라진 마을은 그들의 손주들도 사라졌다. 일대의 아낙이래봐야 외국에서 시집 온 외국인들인데, 저녁이 되니 삼삼오오 모여 알 수 없는 국적의 이야기들을 나눈다.


전형적인 탄광촌의 단층 가옥구조



멀리 보이는 곳은 타임캡슐공원. 엽기적인 그녀의 한 장면을 촬영했다는데, 영화를 보지 않아 어떤 의미로 이름이 지어진 지는 알 수 없다. 타임캡슐을 묻었겠거니. 여러 폐광촌이 강원랜드를 비롯, 관광업을 토대로 다시 일어서려는 시도 중이다. 지역민의 도박중독에 대한 핀셋규제가 이루어진 지금은 카지노가 고용창출 등 지역 사회에 나름의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모든 일에는 일장일단이 있는 법이다.


멋드러진 간판의 유흥주점도 여전히 운영중



기반 산업이 무너진 지역 사회는 인구 재생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강원랜드로 인해 인구유입이 이루어진 사북 일대는 그나마 나은 모양이지만, 함백의 초저녁은 사람 발길이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마을 어귀에 위치한 소규모 상점들의 이용객들은 대부분이 인근 골프장 방문객들인 듯하다.


탄먼지를 뒤집어썼던 마을을 이제 백색 조명광이 감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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