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를 좋아하면서도 매번 앞부분만 수도 없이 되풀이해 보았던, 내게 있어서는 '수학의 정석' 집합편 같은 작품. 모처럼 지루함을 꾸욱 참고 끝까지 보았다. 히사이시 조의 밍숭맹숭한 맹물과 같은 곡을 배경으로, '그 여름, 가장 조용한 바다'와 비슷한 듯 다른 청춘의 또 다른 결을 다루는 작품. 컷이 바뀌면서 순식간에 상황이 반전되어버리는 기타노 다케시식 유머를 빼면 시종일관 드라이한 점은 비슷하다. 영화의 메인 스토리는 비행 청소년 마사루와 신지의 이야기이지만, 그 주변인들의 성장과정 또한 중간중간 보여 주며 다양한 청춘의 모습을 보여준다. 비행 청소년 마사루와 신지가 우연한 계기로 권투에 입문한 뒤, 각자의 삶을 살아가던 중, 세상의 쓴 맛을 보는 이야기. 마사루는 야쿠자 중간간부가 되지만, ..
두 말하면 입 아픈 나스의 명반, Stillmatic의 하이라이트 같은 곡. 한참 군대 전역 후 CD를 사서 모으던 시절이 있었는데, 고향의 백화점 음반 매장이 폐업하면서, 떨이로 팔던 것을 주워오다싶이 가져와 들었던 기억이 난다. 2010년 여름이었나. 그 때까지만 해도, 음반 매장도, 게임 매장도, 완구 매장도 근근히 맥을 이어오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국제전자상가 같은 곳이 아니면, 음반점을 길거리에서 찾아보기란 힘든 일이다. 사이렌 소리, 총소리같은 흔한 클리셰들로, 대략 거리의 이야기겠구나 짐작만 하면서 가사의 의미도 모른 채 마냥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을 반복해 들었던 곡. 지금도 출퇴근 길에 간혹 듣곤 한다. 이센스가 가장 좋아하는 래퍼로 나스를 뽑았고, 나스의 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으..
https://n.news.naver.com/article/055/0000866113?lfrom=kakao&fbclid=IwAR3rA1kt0CVsZshcaQFyTOkjSM-vUuhxY65D_G9kDlgKALm--9QHl8NKSjM [인터뷰] 학대아동 지원 변호사 "이런 법안이면 정인이 얼굴 공개된 값어치 없다" '정인이 사건'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면서 국회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동학대 관련 법안이 11건이나 쏟아졌다.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고, 학대 신고가 2회 이상 접수되면 의무 n.news.naver.com 아동학대 케이스를 오랜 기간 다뤄온 변호사의 인터뷰. 현장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에 대한 고민이 잘 드러난다.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일단, 형량 강화..
"결국 모든 게 무너진대도 또다시 새벽은 밝아오고 여전히 우리들의 삶 속엔 빛나는 무언가가 있지" "사실 모든 걸 헤쳐나갈 지혜가 어차피 나에게는 없어 다만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저마다의 길을 걸어갈 뿐이야 모든 것이 무너진다고 해도" 제목에 떡하니 '공식'을 못박아두었음에도, 이 뮤직비디오의 조회수는 10,000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그 지분의 상당수는 '바나나 차차'를 찾아가려는 '모모랜드'의 팬들이 아닐까 싶지만. 시간은 유한한데, 음악을 소비하는 채널은 시간이 점점 다양해지니 좋은 음악을 접할 기회가 오히려 더 줄어드는 느낌이다. 명색이 언더그라운드의 슈퍼스타 차승우 아니던가? 취향이란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것이지만, 작곡의 전후맥락과 작자의 메시지, 이 ..
오아시스를 좋아하게 되었던 것은,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2005년 무렵이었다. 당시에는 맨체스터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이 우리 나라에 소개되고 있어서, 자연스레 맨체스터 노동자 계급의 우상이었던 갤러거 형제의 온갖 기행들 또한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인터넷 상에 떠돌았다. 박지성이 골을 넣고 나면, 'Don't look back in anger'가 경기 말미에 흘러나왔는데, 유나이티드를 증오에 가까울 정도로 싫어하는 골수 시티팬 갤러거 형제로서는 아연실색할 이야기. 밴드 자체는 2000년대 이후로 줄곧 내리막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노래는 90년대와 2020년대를 점과 점에 자를 대고 선을 그어 놓은 듯,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주변 어느 세대를 통틀어 물어보아도, 90년대는 호시절이었다고..
강산에의 모든 앨범을 찬찬히 들어보았었는데도,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노래. 2017년 5월엔가, 라디오에서 우연히 듣고는 좋아하게 된 노래. 거제도를 동기들과 함께 여행하던 길에서, 해질 녘 어느 시골길을 지나가며 들었던 노래. 이른 낮더위가 어느새 사라지고, 설익은 초여름의 저녁이 내리깔리기 시작할 때, 시골의 풀내음, 따스한 바닷바람과 함께 했던 노래.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인데도, 벌써 꽤 오랜 인연들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기억의 변곡점에서, 그 시절 함께 했던 그 친구들과는 가벼이 스쳐지나지 않고 아직 연락하고 지내고 있으니.
틈틈히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한 켠에서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해서, 조금은 아쉬움이 남아서. 이윤기 감독의 '멋진하루'는 가장 좋아하는 한국 영화 중 하나. 돌이켜보면 2000년대 후반에는 좋은 영화들이 많았다. 완성도만큼 주목받지 못해 아쉬운 영화들도 그만큼 많았고. '멋진하루'는 그래도 아직까지도 꽤나 많은 인구에 회자되는 것을 보면, 운이 좋은 작품임에 틀림없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김씨 표류기'도 참 좋아하는 작품인데, 이제서야 imdb 같은 사이트에서 뒤늦게 호평을 받는 것을 보면, 한 영화의 운명도 운칠기삼으로, 한 사람의 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고보면 예전에는 음반, DVD 같은 작은 것들에 대한 소유욕이 꽤나 있었는데, 나이를 먹으니 그마저도 없어졌다. 유튜브를 통해 ..
Look again at that dot. That's here. That's home. That's us. On it everyone you love, everyone you know, everyone you ever heard of, every human being who ever was, lived out their lives. 저 작은 점을 보라. 저 곳에 모든 것이 있다. 저 것이 우리의 고향이다. 저 것이 우리이다. 이 곳에서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이들,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이들, 당신이 들어봤을 모든 이들, 예전에 존재했던 모든 이들이 그들의 삶을 살았다. The aggregate of our joy and suffering, thousands of confident religions, ..
사건은 11월달 즈음에 있었던 것 같은데, 언론에 밝혀진 것은 12월초, 전국민이 알게 된 것은 그저께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통해여서 였다. 나도 이번 방송을 보고 처음 이 사건에 대해 알았다. 장화홍련부터, 콩쥐팥쥐까지 못된 계모 이야기는 사실 어느 문화권이나 보편적으로 있지만, 정인이 경우에는 개인의 의지로 자발적인 입양 절차를 거쳤기에 조금 경우가 다르긴 한다. 달리보면, 양모양부의 경우는 국가 시스템이 입양 전과정에 관여를 한 셈인데, 입양 가정에 대한 낙인은 지양되어야하겠지만 양육자에 대한 사전검증이 그래도 가능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보다 세심한 면담과 검사를 통해, 양육자의 심리성향에 대해 충분히 검증한다던가, 잔존 채무 등을 면밀히 조사해서 입양을 통한 소극적 경제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