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분리조치, 처벌만능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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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학대아동 지원 변호사 "이런 법안이면 정인이 얼굴 공개된 값어치 없다"

'정인이 사건'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면서 국회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동학대 관련 법안이 11건이나 쏟아졌다.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고, 학대 신고가 2회 이상 접수되면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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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케이스를 오랜 기간 다뤄온 변호사의 인터뷰. 현장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에 대한 고민이 잘 드러난다.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일단, 형량 강화에 대한 이야기. 형량 강화만이 능사만은 아니란 이야기를 하는데, 형량이 높아질 수록 요구되는 증거의 엄격성이 강해지고, 이에 따라 불기소와 무죄 판결이 늘어난다는 논리. 다소 비약이 심하지 않은가 싶다. 상한이 높아지면 입증이 엄격해지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엄한 처벌을 받게 될 형사피고인에 대해 엄격한 입증이 요구되는 것은 사실 형사소송법의 대이념이 아니던가. 입증이 어려워지면 그만큼 촘촘히 증거방법을 연구하면 될 일이다. 상한이 낮은 죄라고 해서, 증명을 소홀히 한다는 것 또한 어폐가 있지 않은가.
또, 개정법의 방향은 대개 하한보다 상한을 높이는 쪽으로 가게 되는데, 사소한 폭행 사건에도 적용되는 폭처법같은 죄명도 상한 자체는 굉장히 높다. 얼마전 문제가 됐던 특가법상 운전자 폭행 같은 경우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례에서 형의 상한이 높다해서 입증이 엄격해지얼정, 입증이 더 어렵지는 않다. 또 현실에서는 상한이 높은 범죄들도 벌금형이 규정되어 있는 경우 거의 대부분 경우 약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기도 하다.
물론 아동학대치사의 경우 이미 무기징역까지 규정되어 있고, 처벌이 약하기 때문에 아동학대 범죄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은 나 또한 강하게 동의하는 부분이다.


정치권에서도 기계적인 '즉시분리' 조항을 법안으로 상정한 것은 이번에 알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위탁, 양육할 곳을 찾기 힘들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 앞 뒤가 좀 뒤바뀐 듯한 느낌. '즉시분리' 조항이 가지는 가장 큰 의미는, 아동학대 범죄에 있어 소극적 행정에 대한 면책규정으로서의 의미가 큰데, 오히려 더 강하게 적용해서, 일선 수사관들이 적극행정에 대한 책임소재에서 자유롭도록 해줘야 하지 않을까.
분리 자체가 큰 심리적 충격을 가져올 수 있는 영유아기의 어린이의 경우 전문성을 갖춘 교원 은퇴자 등을 활용해서, 위탁 가정을 사전에 선정해놓고 관리하는 등의 정책을 통해 위탁 가정을 차차 늘려갈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걸 단순히 지금 당장 법안을 실행하기엔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법안 자체가 현실성 없다는 논리는 그 자체로 좀 비약이 심한 느낌. 기사 말미에는 쉼터의 확충이 선행되어야 하고, 즉시 분리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유책배우자에 의한 악용의 우려 또한 문제로 제기하고 있는데, 이같은 경우도 본문은 제 3자 신고의 경우 엄격한 분리 조치를 실시하고, 단서 조항을 두어 유책배우자나 수사, 재판 관계자 등 '무고'의 염려가 있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분리 조치의 유예기간을 둘 수 있다고 하는 등으로 보완입법을 하면 되지 않을까. 물론 이 과정에서 '아동학대처벌에관한특례법' 등에서 무고죄를 가중처벌하는 등의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아동학대 범죄 조사 주체의 일원화라던가, 사후약방문식의 무분별한 법률 개정만이 능사는 아니라던가, 아동학대 범죄를 일선 경찰서보다 전문성을 가진 특별수사대를 통해 수사토록 하자던가 하는 부분은 나 또한 강하게 동의하는 부분이다. 권한의 분산이 책임의 회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기사 말미의 발언은 가장 인상이 깊다. "현장이 망가진 가장 근본적 이유는 어떤 사건이 터졌을 때, 국민적 공분을 특정 가해자의 악마화에만 쏟았기 때문". 이 또한 모두가 새겨들어야할 듯 싶다.


모든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그물은 없다. 모든 사례에 완벽히 적용되는 법률 또한 있을 수 없다. 법률에는 본질적으로 미비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사회 구성원의 공분을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쏟을 수 있게 하는 것은 깨어있는 유권자들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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