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어디로 간걸까
- 생각/단상
- 2021. 6. 6.
20대를 반추해보면, 친구놈들 중에는 고시를 준비하던 서울대생도 있었고, 형편이 어려워 먼저 사회로 뛰어든 친구도 있었다. 벌써 굴지의 대기업에 취직한 친구도 있었고,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전역 후에 다시 학교를 간 친구도 있었다. 뒤늦게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군인도, 어쩌다보니 애아빠도 있었다. 뭐 20대란 대개 학교를 다니고, 가끔 돈을 벌고, 한 번쯤은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그런 나이가 아니었나 한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교과서로 세상을 배웠다. 그 때 우리가 본 교과서 속 세상은, 아득한 별천지같은 것이었고, 우리의 시야는 결코 칠판의 직경을 넘지 못했다. 시험을 치르고나면 세상이 바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철저히 당사자들만의 이야기였다. 변한 건 오히려 우리였다. 아마 지금에서 다시 교과서를 읽는다면 각자가 보는 세상은 많이 다를 것이다. 나도 변했고 친구들도 변했다. 알 수 없는 벽이 생긴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지만, 그랬다. 그 사이 그렇게 우리는 참 많이 변했다.
십여년이 지난 지금, 고시생은 사무관이 됐고, 사회 속에서 이전투구하던 친구는 벌써 초등학생의 학부모가 됐다. 3,4년 빠른 것도, 느린 것도 억겁처럼만 느껴졌었는데, 돌이켜보면 찰나의 시간이었다. 우리는 참 많이 친했었는데, 큰 다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남처럼 서로를 잊고 지낸다. 잘 지내고 있는지, 변해가는 계절이 온몸으로 느껴지는 오늘같은 날은 옛친구들이 생각난다. 여전히 서투른 좌충우돌의 삶이지만, 역시나 서툴러서 더 아름다웠던 시절이었다. 아프지 말고 다들 행복했으면하는 작은 바람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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