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을 좋아하던 내 중학교 시절 친구, 경휘. 노래방에 가면 늘 부활의 7집에 수록된 '안녕'을 불렀다. 지금 생각해도 그럴싸하게 따라했었다. 그 친구는 실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했고, 1년 남짓 다니던 기능대학을 중퇴하고 10여년전 직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다른 두 경험 사이에 한 해 한 해 벽이 쌓이더니, 어느샌가 연락이 끊기고 멀어졌다. 중학생 시절에도 그 친구네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았으리라 막연히 짐작은 했었지만, 결혼 청첩장을 받으며 나눴던 대화를 통해를 역시나 그 짐작이 사실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부활의 노래를 들을 때면 늘, 어느 새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건실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그 친구 생각이 났다. 부활의 노래를 관통하는 특유의 서정 탓인가. 오늘은 모처럼 겨울비가 내려 부활의 '가..
인천 흉기 난동 사건과 관련해, 세간이 시끄럽다. 한 쪽에서는 출동경찰관 개인의 무능에서 비롯된 조직 구성원의 일탈을, 또 다른 한편에서는 경찰관의 적극적인 무기 사용을 꺼리게 만드는 사회적 시스템을 지적한다. 실탄은 커녕 공포탄도 발포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권총을 꺼내어 대치조차 하지 못하고 현장을 이탈한 이번 사건에서 왜 굳이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이야기나 나오는지는 의문이다. 차라리 여경 무용론은 일견 상황에라도 들어맞기에 논의의 필요성이나마 있어보였지만, 함께 출동한 19년차 베테랑 남경 또한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 상황 대응을 한 것이 밝혀지자 이내 수그러들었다. 경찰 내부적으로는 무기사용으로 인한 면책규정을 신설함으로서, '주위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한 적극적 무기 사용을 허용해달라는 취지의 주..
생일이 같은 우리 부부는 매년 생일 무렵이면, 시즌 마지막 캠핑을 떠났다. 해마다 많아야 네 번 남짓하는 캠핑이지만, 그래도 되도록 같은 곳을 가기보다는 새로운 곳을 가보려고 노력한다. 코로나 이후로는 괜찮다싶은 캠핑장은 대개 한 달전에도 예약이 힘든 곳이 많았는데, 운좋게 예약에 성공한 곳이 바로 산너미 캠핑장. 산너미캠핑장은 슬의생에 나온 평창 육백마지기가 있는 곳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캠핑장과 육백마지기는 다른 봉우리이긴 하지만, 캠핑장 이용고객은 누구나 산책삼아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같은 곳으로 보아도 될 듯 싶다. 인스타그램에서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다녀가 유명해진 곳으로 알고 있다. 산너미 목장은 원래는 차박의 성지로 유명하던 곳인데, 목장지기가 이를 사업화하여 이제는 캠핑장으로 운영..
조실부친한 나의 모친께서는, 성장배경으로 인한 극한의 실용주의자셨다. 어린 시절부터 나는 크리스마스 트리라고는 구경을 해 본 역사가 없는데, 내가 연말의 거리를 좋아하는 것도, 집안과는 사뭇 다른 기대와 설레임이 거리 곳곳에 내리 깔려있기 때문이겠지. 나의 불행한 역사를 청산하고, 내 자식만은 나의 전철을 밟게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큰 마음 먹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구매했다. 먼젓번에 구매한 곳은 '오늘의 집'. 7만원대에 장식과 트리가 포함된 패키지였다. 기대한 만큼의 퀄리티가 아니라서 과감히 반품하고, 발길을 돌린 곳은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꽤나 많은 장식품 가게가 크리스마스 특수를 누리고 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중앙상사'라는 곳인데, 도매만 전문으로 한다. 글쎄, 대부분은 오며가며 들르는 소매손..
처제 임신 기념 선물로 구입하며, 우리 것도 같이 주문했다. 아무래도 겨울이 되니 집이 많이 건조해지는 것을 느낀다. 가습기도 알아보니 여러 종류다. 초음파진동식, 자연기화식, 가열식 등... 일장일단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물을 끓여 수증기를 증발시키는 가열식은 위험해보여서 제외. 초음파진동식은 저렴하고 가습력도 좋지만, 아무래도 물 입자가 커서 세균이 함께 공기중으로 퍼진다고 하니 관리가 힘들 것 같았다. 가습기 살균제 사고가 일어난 가습기도 이 방식으로 알고있다. 자연기화식은 사악한 가격대가 단점인데, 앞의 두 방식에 비하면 거의 5배 가량 비싸다. 이번에 구입한 LG 제품은 SSG 할인으로 30만원 가량에 구입했다. 자연기화식의 경우 최소 30만원 이상이다. 자연기화식은 또 필터식과 디스크식..
와이프 친구의 할아버지가 탄을 캐던 곳. 탄가루를 씻어내려 대포에서 노곤한 저녁만찬을 즐기던 광부들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겨울 초입의 정선 함백을 찾았다. 그들 대다수가 그랬듯, 할아버지께서도 진폐증을 비롯한 각종 산업병을 앓다 가셨다. 정선, 태백에 대한 관심은 아주 오래 전 KBS의 다큐멘터리 '길택씨의 아이들'을 통해 시작되었지만, 실제 폐광촌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교적 짧은 흥망성쇠의 역사이지만, 그들이 이루어낸 삶은 여전히 단단하다. 광부들이 사라진 마을은 그들의 손주들도 사라졌다. 일대의 아낙이래봐야 외국에서 시집 온 외국인들인데, 저녁이 되니 삼삼오오 모여 알 수 없는 국적의 이야기들을 나눈다. 멀리 보이는 곳은 타임캡슐공원. 엽기적인 그녀의 한 장면을 촬영했다는데, 영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