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의생 캠핑장, 평창 산너미 목장 캠핑장

생일이 같은 우리 부부는 매년 생일 무렵이면, 시즌 마지막 캠핑을 떠났다. 해마다 많아야 네 번 남짓하는 캠핑이지만, 그래도 되도록 같은 곳을 가기보다는 새로운 곳을 가보려고 노력한다. 코로나 이후로는 괜찮다싶은 캠핑장은 대개 한 달전에도 예약이 힘든 곳이 많았는데, 운좋게 예약에 성공한 곳이 바로 산너미 캠핑장.

 

 

산너미캠핑장은 슬의생에 나온 평창 육백마지기가 있는 곳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캠핑장과 육백마지기는 다른 봉우리이긴 하지만, 캠핑장 이용고객은 누구나 산책삼아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같은 곳으로 보아도 될 듯 싶다. 인스타그램에서 많은 인플루언서들이 다녀가 유명해진 곳으로 알고 있다.

 

 

산너미 목장은 원래는 차박의 성지로 유명하던 곳인데, 목장지기가 이를 사업화하여 이제는 캠핑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산너미 목장이라는 브랜드 자체를 개발해서, 각종 굿즈나 흑염소 진액 등을 판매하는 것을 보니 사업수완이 보통은 아니라는 생각.

 

 

이른 아침에 집을 나서 3시간을 달리니 어느 덧 평창이다. 산너미 목장 인근에는 큰 마트가 없기 때문에, 평창 시내에서 장을 보아야한다. 물론 매점에는 간단한 물품이나 음식을 팔기는 한다. 우리는 평창 시내 하나로마트에서 장을 보았다. 도착하면 입구 관리동에서 간단한 인원체크와 함께 주의사항을 듣고, 자유롭게 사이트를 찾아 텐트를 피칭하면 된다. 차박 이용객에게는 커피, 라면, 쓰레기 봉투를 기본적으로 제공한다. 단순히 카페만을 이용하러도 많이 찾는 듯 했다.

 

 

이 곳이 관리동 겸 매점. 카페로도 이용되고 있다

 

 

관리동이지만, 한편으론 훌륭한 카페이기도 한 곳

 

 

내부에는 화목난로가 온기를 채우고 있다

 

 

입실 후 사이트를 찾으려하니 어느새 많은 이용객들이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있다. 자유롭게 사이트를 찾아 피칭하기 때문에, 조금만 늦어도 전망이 좋은 곳은 자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 점점 더 유명세를 얻고 있는데, 아무래도 미리 예약을 받거나, 목장 측에서 어느 정도 관리가 필요할 듯 싶었다.

 

 

캠핑장 곳곳에 야생동물들이 돌아다닌다

 

 

캠핑장 곳곳에는 야생동물이 많이 보인다. 목장 차원에서 방목하는 흑염소 이외에도, 산토끼, 다람쥐들이 캠핑장 곳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텐트 피칭할 사이트에서 바라보는 전경

 

 

갑작스레 추위가 찾아온 날이었다. 어느 새 해가 늬엇늬엇 저물자, 더더욱 한기가 스며든다. 비가 올까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먹구름이 금방 지나가고, 맑게 날이 개었다.

 

 

멀리 보이는 풍력 발전기, 마을 주민들은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듯 하지만 멀리서 보기엔 운치가 있다

 

 

스크린 타프쉘과 돔 텐트를 연결해서 사용했는데, 아무래도 더 추워지는 극동계 시즌에는 힘든 조합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처제네에서 등유 난로를 빌려와 추위를 이길 수 있었다.

 

 

어느새 밤이 찾아왔다, 하늘은 별천지다

 

 

처음 캠핑에 발을 들일 때만 해도, 웨더마스터 시리즈는 나름 프리미엄급 제품의 텐트였는데, 요즘은 다들 장비가 장난이 아닌 듯 하다. 요즘은 감성 캠핑을 모토한 장비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글쎄, 또 조금만 지나면 또 다른 유행이 찾아올 것이다. 적어도 유행에서는 한 발짝 벗어나있다는 점에서, 콜맨 같은 미국제 캠핑 장비들을 좋아한다.

 

 

밤이 되자 어느새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다. 밤하늘은 역시나 별천지였다.

 

 

생일날 아침, 찹찹케이크에서 주문한 케잌에 불을 붙이고

 

 

인스턴트 미역국으로 조촐하게 생일상을 차렸다

 

 

미리 주문해두었던 교대역 찹찹케이크의 수제 케잌. 간단히 숫자초로 생일을 함께 자축하고, 인스턴트 미역국을 끓여 생일상을 차렸다. 작년에는 설악동 야영장에서 생일을 맞이했었는데, 그러고보면 30대 생일의 대부분은 강원도에서 보낸 듯 싶다.

 

 

식후엔 가볍게 관리동 옆길을 통해 육백마지기로 산책을 했다. 입실 때 받은 컵을 가져가면, 커피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한다. 커피와 함께 30분여를 올라가니 어느 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나온 바로 그 곳. 평일에 가서인지, 드라마 팬들로 붐빌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우리 밖에 없었다.

 

 

커피와 풍경, 산과 산

 

 

수많은 드라마에 등장했던 바로 그 나무

 

 

육백마지기에서 내려와서는 다시 평창 시내로 나갔다. 평창 시내까지는 차로 20분 거리. 부족한 찬거리를 채우고자 다시 이 것 저 것 집어들고는 급히 텐트로 돌아오니 어느 새 이튿 날 밤이다. 이 날은 닭갈비와, 오뎅탕으로 허기를 채웠다. 여러가지 캠핑 음식에 도전해보려 하지만, 내공이 부족해 쉽지 않다. 맑은 공기가 최고의 찬거리인 샘 치기로 한다.

 

 

코스트코에서 산 오뎅으로 탕을 끓이고

 

 

등유 난로 위엔 쥐포도 구워본다

 

 

이번에 도전한 닭갈비, 사실은 이 역시 밀키트

 

 

오뎅탕에 소주가 빠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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