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동료들과의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 방문한 계곡. 올 여름은 비가 많이 좋아 어느 계곡을 가더라도 맑고 깊은 계곡물을 마음껏 볼 수 있을 듯하지만, 가뭄이 드는 해에도 이 정도 수량을 유지하는 곳으로는 서울 근교에서는 화악산 계곡이 으뜸이다. 화악산 계곡은 가평과 화천의 경계에 닿아있고, 서울에서는 안막힌다고 가정할 시 1시간 40분에서 2시간여가 걸린다. 절묘하게 퇴근시간대에 걸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용인, 원주 등 비교적 대도시임에도 좋은 풍광을 지닌 곳이 많지만, 접근성과 청정함 모두를 갖춘 곳으로 서울 근교에서는 가평만한 곳이 없다. 저녁이 되자 어떤 인공광도 없는 칠흑같은 어둠이 찾아왔다. 문제는 그 때 부터였는데, 산속에 사오정이라도 사는지 산누에나방이 엄청나게 많았다. 산..
대학로는 볼 거리, 즐길 거리로 가득한 별천지 같은 곳이다. 젊은 희극인들과 인근의 성균관대 학생들이 터 다져놓은 이 곳엔 가벼운 주머니들을 위한 개성있는 펍도 많은데, 더 도어스도 그런 곳이다. 맥주 한 잔 시켜놓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좋아하는 신청곡을 신청해 들을 수 있다. 빨간 벽돌 건물의 2층에 위치해있는데, 내부가 굉장히 협소해서 장시간 술을 마신다거나 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대부분은 음주보다는 음악을 들으러 오는 듯하다. 아무래도 화장실 문제도 있고. LP판은 웬만한 것은 다 있는 듯한데, 해당곡이 수록된 LP판이 없을 경우 MP3를 재생해서 들려주는 것 같았다. 그래도 가능한 한 신청곡은 모두 틀어주시는 듯. 수많은 추억이 담긴 쪽지를 읽는 것도 재미있었다. 대부분은 성균관대 학생들이었는..
테크노크라트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이야기는 과거부터 주욱 나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약간은 결이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다. 과거에는 정책 결정 과정에 있어서의 테크노크라트의 영향력이 줄어든다는 의미로 쓰였다면, 이제는 아예 테크노크라트의 등용 그 자체를 거부하는 듯한 인사 정책 기조를 의미하는 것 같다. 대통령을 도와 국가의 정책을 총괄하는 비서실장 자리를 참여연대로 대표되는 시민 사회 출신이 독점한 것만 보아도 그렇고, 때때로 전혀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각료들을 장관으로 임명해 국무회의을 구성한 점도 그렇다. 단순히 낙하산, 코드, 보은 인사가 문제가 아니라, 전문성, 자질이 문제라는 말이다. 당장 생각나는 각료들만 해도 수두룩하다. 직전 국토부 장관은 환경 운동, 노동 운동가 출신의 시민 사회 출신이..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여행. 늘상 그렇듯 느긋하게 일어나, 다른 여행객들이 모두 채비를 마치고 나서야 그제사 꾸물렁거리기 시작한다. 역시나 숙소를 나섰을 땐 이미 해가 중천이었다. 그레이터 런던 안의 관광명소들은 대개 인접해있기 때문에, 걸어서도 충분히 둘러볼 수 있을 듯 했다. 핌리코에서 테임즈강 남쪽의 복스홀 지역까지 걸어보고는, 다시 웨스터민스터 지역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복스홀 지역은 괜찮은 바가 많아보였는데, 아침 시간이라 역시나 방문하지는 못했다. 지나가다 빅이슈라는 노숙인 자활을 돕는 사회적 기업의 런던 사무소를 발견했는데, 당시로서는 빅이슈라는 기업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라 흥미로웠다. 설명을 덧붙이자면, 빅이슈는 재능기부로 제작된 잡지를 노숙인들에게 제공, ..
마곡 나들이를 간 김에 지인 추천을 받아 방문한 카페. 원래는 대구에서 규모가 있는 동명의 카페를 운영하시던 사장님 부부가 서울로 매장을 옮겼다. 해리스와 헤이스의 만남인가? 부부가 함께 카페를 지키는데, 남편분이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외국인이다. 운영시간이 6시까지로 짧아 서둘렀고 다행히 늦지않게 도착했다. 주차는 지하1층에 1시간 무료주차가 가능하다. 단, 주차 공간이 협소하니 운전에 자신없는 분은 도전하지 않는 걸 추천한다. 우리는 플랫 화이트와 카페라떼를 주문했다. 음료 가격은 전체적으로 평범하다. 오히려 퀄리티에 비하면 저렴하다 할 정도. 내부에는 간이 테이블이 5개 가량 있는데 마주보고 앉을 수는 없는 구조. 일행이 여럿이라면 카페 내부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커피를 마시는 데는 어려움이 ..
김현철은 재능있는 뮤지션이다. 비록 완숙에 접어든 30대 내내 표절시비에 시달렸다고는해도. 여전히 수십명의 뮤지션들의 범작 수백곡을 갖다대어도 20살 김현철의 '춘천가는 기차' 한 곡에 미치지 못한다. 김현철은 수많은 논란을 떠나, 분면 재능있는 뮤지션이다. 외국의 유행을 차용하는 것만으로도 파격이었던 시절이었다지만, 멜로디가 아닌 곡의 이미지를 갖다썼다는 항변도 그럴싸하게 들리기는 하지만, 30대의 김현철은 실망스러웠다. 테이프가 닲도록 들었던 18번들이 표절 의심곡이란 이야기를 처음 들어었을 때의 황당함이란. 유튜브를 통해 80년대 일본의 시티팝이 재조명을 받자, 자연스레 우리 나라에도 세련된 도시감성을 표현하는 시티팝 키드가 있었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알게되었다. 대놓고 시티팝을 표방한 11집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