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를 반추해보면, 친구놈들 중에는 고시를 준비하던 서울대생도 있었고, 형편이 어려워 먼저 사회로 뛰어든 친구도 있었다. 벌써 굴지의 대기업에 취직한 친구도 있었고,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전역 후에 다시 학교를 간 친구도 있었다. 뒤늦게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군인도, 어쩌다보니 애아빠도 있었다. 뭐 20대란 대개 학교를 다니고, 가끔 돈을 벌고, 한 번쯤은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그런 나이가 아니었나 한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교과서로 세상을 배웠다. 그 때 우리가 본 교과서 속 세상은, 아득한 별천지같은 것이었고, 우리의 시야는 결코 칠판의 직경을 넘지 못했다. 시험을 치르고나면 세상이 바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철저히 당사자들만의 이야기였다. 변한 건 오히려 우리였다. 아마 ..
거실 책장 한 켠에는 대학생 시절의 내가 박제되어 있다. 서른줄을 훌쩍 넘긴 내겐 이제 책상이 없다. 아직도 영국에서, 미국에서, 먹물노릇해볼 거라 공부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지만, 이제는 식탁에서 책을 읽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편한 처지다. 그렇게 속편히 사는 놈들을 보며 농반진반 혀를 끌끌차는 지경에 이른 것을 보면, 기실 나 또한 생활인이 되었나보다. 고종석, 황현산의 평론집들을 가끔 꺼내서 읽곤 한다. 다시 읽어도 고종석의 평론들은 날카로우면서도, 한편으로 따뜻함을 잃지 않아서 좋다. 황현산의 평론집은 문장 하나하나가 수려하고, 공감을 자아낸다. 시인은 태어나고 산문가는 만들어지는 것이라지만, 그들의 칼럼이나 비평을 읽다보면 이 정도 수준의 산문가는 사실 타고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이른다. 고종석..
https://n.news.naver.com/article/055/0000866113?lfrom=kakao&fbclid=IwAR3rA1kt0CVsZshcaQFyTOkjSM-vUuhxY65D_G9kDlgKALm--9QHl8NKSjM [인터뷰] 학대아동 지원 변호사 "이런 법안이면 정인이 얼굴 공개된 값어치 없다" '정인이 사건'에 대한 분노가 확산되면서 국회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동학대 관련 법안이 11건이나 쏟아졌다.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고, 학대 신고가 2회 이상 접수되면 의무 n.news.naver.com 아동학대 케이스를 오랜 기간 다뤄온 변호사의 인터뷰. 현장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에 대한 고민이 잘 드러난다. 동의하는 부분도 있고,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일단, 형량 강화..
사건은 11월달 즈음에 있었던 것 같은데, 언론에 밝혀진 것은 12월초, 전국민이 알게 된 것은 그저께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통해여서 였다. 나도 이번 방송을 보고 처음 이 사건에 대해 알았다. 장화홍련부터, 콩쥐팥쥐까지 못된 계모 이야기는 사실 어느 문화권이나 보편적으로 있지만, 정인이 경우에는 개인의 의지로 자발적인 입양 절차를 거쳤기에 조금 경우가 다르긴 한다. 달리보면, 양모양부의 경우는 국가 시스템이 입양 전과정에 관여를 한 셈인데, 입양 가정에 대한 낙인은 지양되어야하겠지만 양육자에 대한 사전검증이 그래도 가능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보다 세심한 면담과 검사를 통해, 양육자의 심리성향에 대해 충분히 검증한다던가, 잔존 채무 등을 면밀히 조사해서 입양을 통한 소극적 경제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