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 DH 자이 청약에 부쳐

강남, 2021



부적격 등으로 당첨 취소된 물량이 추첨분으로 풀려 청약 이전부터 로또청약이라는 말이 많았던 개포DH자이. 민간분양이라 전매제한도 없고, 실거주 의무도 없어 당첨 후 계약금을 낼 현금만 있다면, 전세로 중도금, 잔금을 충당할 수 있는 매력적인 물건이다.


30000:1 이제는 추첨분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경쟁률


청약에 도전해보려 아침부터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와이프가 분리세대라 장모님이 소유한 소형 아파트가 유주택으로 산정되는 바람에 나 또한 청약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되었다. 부랴부랴 전입신고를 해서 세대분리를 해볼까 했지만, 이미 공고일도 훌쩍 지난 뒤였다. 결국 복권은 긁어보지도 못한 채 쓰레기통으로 직행한 셈이 됐다.


결혼 전 전세집을 구하려 했을 때도 전세금이 직전 해에 비해 30% 이상 급등해서 매물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막연히 4억원대면 노원 언저리 아파트는 사서 가지 않을까 안일하게 생각하던 것이 2018년이었다. 지금은 노도강도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9억을 넘으며 서울 부동산 불장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고삐 풀린 부동산 매매가를 보면 이젠 노도강이란 단어가 마치, 성난 파도가 치는 강을 뜻하나 싶을 정도.


공급도, 수요도 그대로. 오히려 출생아수와 혼인수는 반토막인 지경인데 부동산 매매가는 4년 전에 비해 2배, 많게는 3배가 훌쩍 뛰었다. 오직 단 하나, 정책의 기조만 바뀌었는데, 2천만 수도권 인구의 삶이 휘청거린다. 홍남기 부총리가 발표한 25번째 대책은 '국민들에게 투기를 자제해달라'는 읍소였다.


코로나 19로 인해 넘치는 유동성으로, 주식도 부동산도 전례없는 폭등을 했다. 내 막연한 계획이 생각대로 이루어졌다면, 지금 동작, 강동의 낡은 구축 아파트 하나쯤은 구매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달리는 말의 등에 올라타기란 불가능해보인다. 설사 무리해 올라탄다 하더라도 얼마 가지못해 고꾸라질 것이다.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은 금리 인상에 맞춰 쏟아져나올 경매물건이나 줍줍하자며 10년만에 지원림 교과서를 펼쳐들었다. 부동산에 관한한 우리는 강요된 비관론자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부동산 매매가는 당분간 더 상승할 것같다. 출산율은 내전 중인 국가를 포함해도 세계 최저를 달리고 있지만, 의학과 발달과 위생의 개선으로 한반도 인구는 유사이래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또 1인, 2인 가구 증가로 과거에 비해 세대수는 오히려 증가하는 중이다.


금리 인상에 즈음하여, 기축통화국도 아닌 우리나라가 마구잡이로 돈을 풀어댄 댓가는 클 것이다. 어쩌면 우리 세대는 추락하는 대한민국호의 마지막 고도를 함께 하고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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