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순서가 뒤죽박죽인 느낌은 있지만,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예식장의 선정이었다. 요즘은 '베뉴'라고 하던데 굳이 그렇게 표현할 이유가 있는지, 좀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다. 외국에서는 다들 그렇게 부르나? 예식장의 선정은 가장 고려해야할 사항도 많고, 그만큼 다툼의 여지도 많은 결혼 준비 최대의 난관이 아닌가싶다. 각자의 취향에 더해서, 양가 집안 어른의 의견까지 더해지니, 사소한 것 하나하나 허투루할 것이 없었다. 일단 우리의 고려사항은 크게, 양가 모두 본가가 경상도이기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가까운지', 복수홀 운영인 경우 동선이 꼬이면서 시장통같은 분위기가 되는 것을 많이 봐왔기에, '단독홀로 여유로운 예식이 가능한지'였다. 식대 가격이라던지, 천고라던지, 단상의 존재여부라던지, 조명의 분..
일본 여행을 다녀와서도 구체적인 결혼 이야기를 하지는 않고 있었다. 막연히 내년쯤엔, 내후년쯤엔 하던 것이, 우연한 계기로 이야기가 진척이 돼서, 눈 깜짝할 사이 어느새 예비 장인어른, 장모님과의 식사 약속이 잡혀있었다. 3년여간 예비 장인어른, 장모님 모르게 만나왔던 터에, 귀한 딸내미 나이만 먹게 했다고 타박을 당하는 건 아닌지 좀 걱정도 됐었다. 첫 번째로 고민했던 것은, 식당 선정. 두 번째로는 예비 장인어른, 장모님께 우리가 함께 드릴 선물이었다. 식당 선정에 앞서서, 고민 끝에 10만원 후반대의 와인, 10만 원이 넘지 않는 선에서 와인잔 세트를 선물하기로 결정했다. 사실 우리 커플은 와인을 기념일에 빠지지 않고 곁들이는 편이지만 와인에 대해 둘 다 문외한이라, 여러 경로로 와인을 알아본 후 ..
처음으로 결혼이라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본 것은 2019년 여름 일본 여행을 앞두고 였던 것 같다. 2주년을 기념하며 의미 있는 선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작은 목걸이를 하나 준비하기로 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결혼에 대해 생각하게 됐었다. 막연히 티파니 정도면 좋아하지 않을까 싶어 몰래 휴일날 백화점을 찾았는데, 생각보다 센 가격에 내심 놀랐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반일감정이 극에 달해서 일본에 가는 것조차 눈치가 보이던 시절이었다. 이런 상황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우리는 취소 수수료를 감당할 여력이 없었고 때문에 되도록 조용히 다녀오는 것으로 합의를 본 상황이었다. 그래서 당시 여행 사진은 SNS 어디에도 올리지 않고 조용히 간직만 하고 있었는데, 스가 총리 취임 후 한일 관계가 그나마 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