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품을 홀라당 털린 이후, 기한 내에 입국하기 위해 여권 재발급부터 서둘렀다. 다음 날 모든 일정과 예약을 취소하고, 서둘러 영사관부터 방문했다. 숙소는 영사관 인근의 저렴한 레지던스를 골라 하루 숙박하고, 그 이후는 여권재발급을 받고 난 이후 생각하기로 했다. 친구가 영사관에 간 사이, 나는 하릴 없이 뜻하지 않은 망중한을 만끽했다. 나는 사실 여유롭게 한 곳에 오래 있는 것을 좋아해서 계획이야 한껏 틀어졌지만 늘어져있는 그 시간이 나쁘지 않았다. 비자를 재발급받고 나서, 앞으로의 일은 저녁에 생각하기로 하고,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가보면 어떻겠냐는데 의견이 일치, 급히 우버를 불러타고 유니버설 스튜디오로 향했다. LA는 뉴욕과 달리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여행객이 거의 없다. 우버 기사의 말로는 대개 ..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 거의 이틀밤을 꼴딱 새고서는, 그래도 한 군데라도 더 구경해야 되지 않겠냐는 친구의 말에 간단히 요기를 하고는 다시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숙소 근처에 있던 그리피스 천문대. 원래 유명한 곳이지만, 지금은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과 라이언 고슬링의 댄스신으로 인해 더 유명해진 곳. 그리피스 천문대는 헐리웃 인근의 세계적인 부촌 지역의 인근 산 정상에 위치하고 있는데, 천문대 인근에는 주차할 공간이 없었다. 덕분에 십여분을 헤매다 산중턱의 인적드문 도로에 주차했고, 결국 이 결정이 화근이었다. 그리피스 천문대 폐장 시간 직전, 20분여의 짧은 시간 구경을 마치고 다시 차로 돌아왔을 때, 누군가 차창을 깨고 친구의 가방을 털어가버렸던 것이다. 가방 속에는 여권과 2천 달러가 넘는 현찰이 들..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한 게 2010년,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처음으로 해외를 나가보았던 것도 2009년 겨울 무렵이었다. 사진을 잘 찍지 않기도 하고, 대부분의 일상 사진들은 하나둘 세월에 풍화되어 사라졌지만, 다행스럽게도 여행의 순간들은 스마트폰을 수 차례 바꿨음에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다. 갤러리를 주욱 올려보다보니, 그 때 당시의 좋았던 기억이 새삼 떠올라서 끄적끄적 여행의 발자취를 기록해보고 싶어졌다. LA는 2019년 2월 무렵 방문했다. 10박 11일의 일정으로, 부족하다면 부족한 시간이지만 미서부가 어떤 곳인지 느끼기엔 충분했던 것 같다. 준비 없이 여행을 떠나는 편이기에, 현지에서 의도치 않은 불상사를 맞이하는 경우가 많은데, LA의 경우도 그랬다. 톰 브래들리 국제공항으로 입국,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