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모든 게 무너진대도 또다시 새벽은 밝아오고 여전히 우리들의 삶 속엔 빛나는 무언가가 있지" "사실 모든 걸 헤쳐나갈 지혜가 어차피 나에게는 없어 다만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저마다의 길을 걸어갈 뿐이야 모든 것이 무너진다고 해도" 제목에 떡하니 '공식'을 못박아두었음에도, 이 뮤직비디오의 조회수는 10,000이 되지 않는다. 그나마도 그 지분의 상당수는 '바나나 차차'를 찾아가려는 '모모랜드'의 팬들이 아닐까 싶지만. 시간은 유한한데, 음악을 소비하는 채널은 시간이 점점 다양해지니 좋은 음악을 접할 기회가 오히려 더 줄어드는 느낌이다. 명색이 언더그라운드의 슈퍼스타 차승우 아니던가? 취향이란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것이지만, 작곡의 전후맥락과 작자의 메시지, 이 ..
오아시스를 좋아하게 되었던 것은,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2005년 무렵이었다. 당시에는 맨체스터와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이 우리 나라에 소개되고 있어서, 자연스레 맨체스터 노동자 계급의 우상이었던 갤러거 형제의 온갖 기행들 또한 그런 분위기 속에서 인터넷 상에 떠돌았다. 박지성이 골을 넣고 나면, 'Don't look back in anger'가 경기 말미에 흘러나왔는데, 유나이티드를 증오에 가까울 정도로 싫어하는 골수 시티팬 갤러거 형제로서는 아연실색할 이야기. 밴드 자체는 2000년대 이후로 줄곧 내리막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노래는 90년대와 2020년대를 점과 점에 자를 대고 선을 그어 놓은 듯,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주변 어느 세대를 통틀어 물어보아도, 90년대는 호시절이었다고..
강산에의 모든 앨범을 찬찬히 들어보았었는데도, 예전엔 미처 알지 못했던 노래. 2017년 5월엔가, 라디오에서 우연히 듣고는 좋아하게 된 노래. 거제도를 동기들과 함께 여행하던 길에서, 해질 녘 어느 시골길을 지나가며 들었던 노래. 이른 낮더위가 어느새 사라지고, 설익은 초여름의 저녁이 내리깔리기 시작할 때, 시골의 풀내음, 따스한 바닷바람과 함께 했던 노래.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인데도, 벌써 꽤 오랜 인연들이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기억의 변곡점에서, 그 시절 함께 했던 그 친구들과는 가벼이 스쳐지나지 않고 아직 연락하고 지내고 있으니.
틈틈히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한 켠에서 잊혀져가는 것들에 대해서, 조금은 아쉬움이 남아서. 이윤기 감독의 '멋진하루'는 가장 좋아하는 한국 영화 중 하나. 돌이켜보면 2000년대 후반에는 좋은 영화들이 많았다. 완성도만큼 주목받지 못해 아쉬운 영화들도 그만큼 많았고. '멋진하루'는 그래도 아직까지도 꽤나 많은 인구에 회자되는 것을 보면, 운이 좋은 작품임에 틀림없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김씨 표류기'도 참 좋아하는 작품인데, 이제서야 imdb 같은 사이트에서 뒤늦게 호평을 받는 것을 보면, 한 영화의 운명도 운칠기삼으로, 한 사람의 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고보면 예전에는 음반, DVD 같은 작은 것들에 대한 소유욕이 꽤나 있었는데, 나이를 먹으니 그마저도 없어졌다. 유튜브를 통해 ..
Look again at that dot. That's here. That's home. That's us. On it everyone you love, everyone you know, everyone you ever heard of, every human being who ever was, lived out their lives. 저 작은 점을 보라. 저 곳에 모든 것이 있다. 저 것이 우리의 고향이다. 저 것이 우리이다. 이 곳에서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이들,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이들, 당신이 들어봤을 모든 이들, 예전에 존재했던 모든 이들이 그들의 삶을 살았다. The aggregate of our joy and suffering, thousands of confident religio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