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마창대교가 보이는 귀산동 카페 하우요

결혼식을 앞두고, 청첩장을 돌리기 위해 휴가를 내어 방문한 창원. 20살 무렵에는 그저 번잡한 서울이 싫었고, 어느덧 그 번잡함에 익숙해져갈 무렵부터는, 어딘가 발전없이 정체되어 있는 듯한 고향에 무관심해졌다. 조금은 느리게 흘러가는 고향의 속도를 좋아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나이가 들면서 생의 뿌리를 내린 곳은 생활의 터전인 서울이 아니라 유년기를 보낸 고향 창원이라는 생각이 든다. 1년에 세네번 남짓 찾는 고향이지만, 갈 때마다 늘 포근히 품어주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겨울은 더 그러한데, 매서운 서울의 칼바람에 비해 창원은 새해와 함께 봄이 찾아오는 듯한 기분마저 들 정도다.


귀산은 아버지께서 평생을 일하신 직장이 있다. 낮의 육중한 기계소리가 가시고 나면 밤에는 집어등을 환하게 켠 어선의 뱃고동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귀산도 한 때 한창 개발 붐이 일더니, 내 어릴 적에 비하면 상전벽해로 온 마을이 변했다.


근래에 들어서는 해안가 주변으로 괜찮은 카페들이 많이 들어섰고, 창원시민들의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다. 청첩장을 주기 위해 만난 30년지기 친구네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 날 친구가 가보고 싶었던 곳이라며 나를 데려간 곳이 바로 이 하우요 카페이다.


하우요 카페 옆으로 보이는 마창대교



하우요 카페 옆으로는 마창대교가 보이고, 마창대교를 지나면 어릴 적 자주 가던 돝섬 유원지가 있다. 90년대 마창진에서 유년기를 보낸 내 또래라면 돝섬에 대한 애틋한 기억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돝섬을 바라볼 때마다 부족하지만 행복했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된다.


테이블에 비해 넓은 공간과 탁 트인 통창


하우요는 많은 이들이 찾지만, 내부 공간에 비해 테이블을 몇 배치하지 않아 여유로운 공기가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차량 없이는 접근이 힘든 탓인지 주로 최소 20대 중반 이상의 커플들이 많았다.


외부에도 테이블이 배치되어있다



라떼 2잔을 시키니 서비스로 딸기케잌을 주었다. 케잌도 커피도 모두 훌륭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외부 테이블에서 어린 시절 추억을 이야기했다. 내 가장 오래된 친구와 함께 내게 가장 익숙한 바다를 찾은 날. 이 날은 정말이지 커피도 풍경도 따뜻했었다.


마지막으로 다시 귀산의 바다를 눈에 담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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