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오기쿠보 산책

초중고를 함께 나온, 친한 듯 친하지 않은 친구. 장충동에서 함께 잠시 산 적도 있고, 홍대 앞에 살 무렵엔 주말이면 다양한 고등학교 친구들이 아지트처럼 드나들었다. 졸업 후 남부럽지않은 직장에 다니다가 문득 일본어를 공부하겠다며 일본 워킹 홀리데이를 떠난다기에 당시엔 꽤나 의아해 했었다. 일본 여행의 목적은 사실 도쿄에서 고생하고 있던 이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정오 쯤 치토세공항에서 하네다 공항으로 입국


슬리퍼 질질 끌고 나타난 백수


친구가 살던 니시오기쿠보의 정오


일반적인 도쿄 주택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리 연락해두어 친구가 역까지 마중을 나왔다. 도쿄야 워낙에 부도심이 많이 발달해있지만, 기치조지가 힙스터들에게 유명한 것은 알고 있었다. 나름 우리 중엔 힙스터인지라, 기치조지 언저리에 사는 것 또한 그런 연유겠거니 했다.


역전 앞 상점가를 지나 늦은 점심을 먹기로


아직 일본어가 서툴러 구글로 늘 메뉴를 검색했다


친구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지로라멘이라는 라멘집이었는데, 도쿄에서는 나름 유명하다고 했다. 특징이라면 일반적인 돈코츠라멘과 달리 돼지 비계와 마늘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잔뜩 넣는 것. 숙주도 그에 맞게 듬뿍 올려먹는다. 지로라멘은 분당에도 같은 이름으로 비슷한 라멘을 하는 집이 있는데, 일본 지로라멘과 관계가 있는 지 모르겠다. 일본 지로라멘은 도제식으로 수련을 하기에 분점도 엄격한 심사를 거쳐 내준다고 했다. 실제 먹어본 바로는 조금 달랐다. 지로라멘은 라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독특하지만 맛있다.


도쿄에서의 첫 끼. 지로라멘


이방인의 삶은 고달프다 어디에서나



라멘 한그릇에도 배가 터질 것 같았지만, 역전 마트에서 가벼운 맥주 안주거리를 샀다. 어느새 해가 졌고, 주택가는 고요했다.


외국인은 보증인 문제로 방을 구하기가 힘들다


가까운 이웃 나라라고는 하나, 이방인의 삶은 여러모로 고달픈데, 이 좁은 골방을 구하는 것도 무척 고생했다고 했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 같은 경우는 특히 보증인 문제로 다 힘들다고. 우리 돈으로 월세 70만원 가량을 내고 산다고 했는데, 체감하는 임대료는 우리나라보다 살짝 더 비싸구나 느낄 정도였다. 그나마도 환율에 따라 더 저렴해질 지도. 우리 나라의 물가가 도쿄의 물가에 버금가게 비싸진 탓이다.



요리랍시고 내놓은 상.


2차는 간단히 편의점에서 사온 꼬치로



친구는 당시 갭 매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저런 고충들을 밤새 늘어놓았다. 맥주를 마시며, 조는 듯 듣는 듯 하다보니 어느 새 밤이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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