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R타워의 야경과 오도리 공원

오타루에서 하루를 묵을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사실 5박 6일의 짧은 여정 중 3일은 도쿄에서 일하고 있던 친구를 만나기 위해 빼두었기에 길을 서둘렀다. 오타루에서 30분 가량 다시 기타를 타고 삿포로로 갔다.


수많은 맛집이 즐비한 삿포로역사 웬만한 삿포로 맛집은 사실 백화점 식당가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일본의 유명한 맛집들은 대개 대형 쇼핑몰의 식당가에 분점을 둔 경우가 많았는데, 삿포로 역사 내에도 웨이팅이 긴 맛집들이 꽤 있었다. 식도락은 여행의 묘미 중 하나이지만 나에게는 해당이 없는 얘기. 그나마 결혼하고 나서야 조금씩 바뀌는 중이다.


삿포로 시내에도 많은 눈이 내린 후였다



삿포로의 권역내 인구는 약 200만 정도이다. 인구밀도가 낮은 홋카이도에서 이런 대도시가 존재한다는 것은 인구가 밀집된 홋카이도 서남부를 제외하고는 아직도 개척되지 않은 땅이 많다는 반증일 것이다. 삿포로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일본의 다른 여느 도시가 그렇듯 잘 정비되어 있었다.


오도리 공원에도 축제 준비가 한창이었다



오도리 공원은 여름에는 맥주축제가, 겨울에는 눈꽃축제가 열린다. 세계적인 겨울관광지인만큼 축제가 열리기 한참 전이었음에도 준비가 한창이었다. 200만이나 되는 대도시 한가운데 이런 광장이 있다는 것이 놀라운데, 이는 삿포로가 비교적 최근에 철저히 계획된 도시구획에 따라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뉴욕 맨하탄의 센트럴파크가 그렇듯, 도시 가운데 이렇게 좋은 녹지공간이 있다는 것은 시민들에겐 큰 축복일 것이다.


아마도 시청 구청사였던 것으로 기억



공원은 생각보다 훨씬 컸고, 한바퀴를 제대로 도는데 30분 이상이 소요되었다. 오도리 공원 한가운데는 유명한 TV탑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TV탑이라는 것을 보니 아마도 전파 송출을 위한 시설이겠거니 짐작만 했다. 파나소닉의 브랜드명도 보인다.


오후 3시 20분의 TV탑


어느덧 오후 5시가 넘으니 해가 지기 시작했다



해가 지니 갑작스레 추위가 찾아왔고, 걸어다니기조차 힘든 강풍이 불어닥쳤다. 아무리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높다고는 해도 해양성 기후의 일본열도에서 이렇게 혹독한 추위를 맛보리라곤 짐작도 못했다. 도토루같은 카페에 수차례 들락날락했다. 카페에서는 퇴근길 시민들을 구경하며 밤이 되길 기다렸다.


오후 6시 6분의 TV탑



여행에서는 그 도시의 가장 높은 전망대를 찾는 편인데, 삿포로에도 JR타워라는 빌딩에 전망대가 있다기에 방문했다. 생각보다 금액이 비싸 망설였지만, 그 도시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은, 역시나 그 도시의 가장 높은 곳이기에 올라가보기로 했다.

바둑판처럼 늘어선 도로는 삿포로의 특징 중 하나이다



삿포로역 반대편으로 20분여를 걸어가면 스스키야 거리가 있는데, 그 곳에 라멘 맛집이 많다고 했다. 몸도 녹일겸 가보고 싶었지만, 다음날 일찍 공항에 가야하기에 서둘러 호텔로 돌아왔다. 걸어서 도시 곳곳을 다니다보니 신발도 젖었고, 무엇보다 귀가 떨어져나갈 것같은 강풍이 고통스러웠다. 겨울의 삿포로에서는 귀도리나 방한모가 필수품이다.


다시 돌아온 그랜드 테라스 치토세 객실에 불이 거의 없는 걸 보니 비수기는 비수기인 모양



삿포로의 11월은 관광객들이 거의 찾지 않는 비수기다. 눈꽃 축제가 시작되면 삿포로는 비로소 세계적인 겨울 관광지로서의 활기를 띄기 시작한다. 눈의 도시 삿포로를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사실 역설적으로 여름이 아닐까. 그 어느 곳보다 청량한 여름을 맛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 다시 돌아온 호텔은 역시나 객실 불이 대부분 꺼진 상태였다.


어느새 아침은 밝았고 나는 셔틀을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갈 때는 호텔측 셔틀 버스를 이용했다. 역시나 버스 승객은 나 밖에 없었고, 그럼에도 버스 기사 아저씨는 친절했다. 짧은 3일의 여정을 아쉬워하며, 다시 찾아오겠노라 다짐하며 그렇게 첫 홋카이도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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