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삿포로의 관문 신치토세 공항



지금껏 가본 곳 중에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냐고 누군가 내게 물으면 나는 늘 홋카이도라고 대답한다. 겨울의 서정이 듬뿍 느껴지는 설국 홋카이도는 겨울이 특히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아리라. 여름의 홋카이도는 겨울 못지 않게 아름답다는 사실을.


홋카이도는 회사생활도 어느 정도 적응되어갈 무렵, 남아있는 연차 소진을 위해 11월초 이른 겨울에 홀로 다녀온 여행지이다. 지금은 현와이프 구여친님께서 선뜻 허락해주신 덕에, 모처럼 홀로 떠났던 여행. 함께 가는 여행이 대개 더 좋지만, 홀로 떠나는 여행은 또 다른 맛이 있다.


공항의 상징 도라에몽


사진들을 다시 보다보니, 코로나 이전의 세상이 새삼 그리워진다. 도라에몽이 주머니 속에서 요술 도구를 꺼내어준다한들 예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항공권은 제주항공에서 27만원을 주고 왕복항공권을 끊었고, 아침 비행기를 통해 홋카이도의 관문 신치토세 공항에 도착했다.


홋카이도 인구 대부분이 서남쪽 삿포로 인근에 거주중임을 고려하면 소박한 규모


삿포로에서 기차로 약 30분 가량 떨어진 위성도시 치토세에 위치해 있는 신치토세 공항은 삿포로의 도시 규모에 비하면 비교적 작은 공항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유명 라멘 가게들의 라멘을 한 곳에서 맛볼 수 있는 식당가가 있다는 것 정도.

지금은 메이저리그를 정벌 중인 오타니의 광고가 곳곳에 보인다

내가 잡은 숙소는 신치토세 공항 인근의 그랜드 테라스 치토세라는 호텔이었다. 삿포로 시내의 숙소를 갈까하다가, 한적한 근교 도시를 경험해보고 싶어 고른 곳이다. 겨울의 삿포로는 대개 숙소가 비싼데, 11월 초임에도 1박에 킹사이즈 논스모킹룸 기준 13만원 가량을 지불했다.


치토세역. 한적한 근교도시의 퇴근시간대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셔틀버스가 있다는데, 당시로서는 아무런 정보없이 간 곳이라 그냥 택시를 타기로 했다. 택시로는 10분 정도 걸렸고, 이 정도 거리면 짐이 없다면 충분히 걸어갈 수도 있을 듯했다. 허나 트렁크보다 백팩을 선호하는 내겐 힘겨운 미션이다.



일본의 택시. 기본요금이 우리 돈 5천원이 훌쩍 넘는다


일본의 택시는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새삼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탈 때마다 놀란다. 대개의 일본인이 그렇듯 외국인에게도 친절하고, 우리나라같은 바가지 요금은 쉽사리 경험하기 힘들다. 일본인들은 혼네와 다테마에라는 이중적 심리를 가지고 있다고 어느 책에선가 보았는데, 굳이 그런 식으로 비하할 필요야 있을지. 친절한 국민성이야말로 일본이 가진 강력한 소프트웨어 자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은 낡았지만 깔끔했다


그랜드테라스 치토세 호텔은 온천이 유명하다는 리뷰를 보았는데 이용하지는 않았다. 항공사 관계자들이 주로 많이 묵는 듯, 유니폼과 제복을 입고 체크인하는 투숙객들이 많았다. 본관과 별관이 있는데 본관은 연회장으로 주로 사용하는 것 같았다. 별관의 객실을 못찾아 한참을 헤맸다.


체크인 후 근교 나들이



체크인 후 가볍게 주변을 산책했다. 인구 10만이 채 되지 않는 소도시. 치토세시의 밤거리는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고요했다. 산책과 동시에 진눈깨비가 흩날리자 밤공기가 차가워졌고, 비로소 내가 홋카이도에 왔구나 체감했다.


홋카이도에만 파는 삿포로 클래식



홋카이도에서는 홋카이도에서만 판다는 삿포로 클래식을 맛볼 수 있다. 홋카이도 여행을 다녀온 이들이 추천하기에, 선물용으로 몇 캔 사는 김에, 나도 하나 집어들었다. 평소에는 혼자 술을 마시지 않지만, 여기는 홋카이도니까.


조식은 깔끔했고 맛있었다 대개의 일본 호텔이 그러하듯



호텔 주변은 치토세 사람들의 주거지역이다. 분주하게 길을 나서는 치토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1층의 식당으로 가서 조식을 먹었다. 대개의 일본 음식은 맛있고, 호텔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조리원은 정성들여 음식을 조리하고, 직원은 친절하게 투숙객들을 응대했다.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을 하는 모습. 사실 내가 일본에 대해 갖는 긍정적인 인식의 근간은 모노즈쿠리라 불리는 프로의식이다.


내부에서 묵을 때는 몰랐지만 생각외로 규모가 컸다



치토세 주변에는 저렴한 호텔이 많지만, 그랜드 테라스 치토세 호텔은 체인식 호텔(이를테면 도미인)이 아닌 지역 기반 호텔인 듯했다. 내 고향에도 어릴 땐 중요한 외빈들이 도시를 찾을 때 묵던 지역의 이름을 딴 호텔이 있었다. 이제는 모두 유명 호텔 체인의 자본에 종속되어 버렸지만. 호텔 직원들도 모두 연차가 오래 되어보였는데, 화려한 시설을 내세우는 호텔은 아니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춘 내실있는 호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홋카이도를 찾게 된다면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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