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 친구의 할아버지가 탄을 캐던 곳. 탄가루를 씻어내려 대포에서 노곤한 저녁만찬을 즐기던 광부들을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겨울 초입의 정선 함백을 찾았다. 그들 대다수가 그랬듯, 할아버지께서도 진폐증을 비롯한 각종 산업병을 앓다 가셨다. 정선, 태백에 대한 관심은 아주 오래 전 KBS의 다큐멘터리 '길택씨의 아이들'을 통해 시작되었지만, 실제 폐광촌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교적 짧은 흥망성쇠의 역사이지만, 그들이 이루어낸 삶은 여전히 단단하다. 광부들이 사라진 마을은 그들의 손주들도 사라졌다. 일대의 아낙이래봐야 외국에서 시집 온 외국인들인데, 저녁이 되니 삼삼오오 모여 알 수 없는 국적의 이야기들을 나눈다. 멀리 보이는 곳은 타임캡슐공원. 엽기적인 그녀의 한 장면을 촬영했다는데, 영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