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흐린 하루. 숙소가 지하였던 터라 며칠 째 잔뜩 습기를 머금은 외투가 눅진하게 온 몸을 휘감는 듯했다.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런던. 늘상 그렇듯, 주변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어디를 가볼까 고민하다가, 런던에 왔으니 미술관도 한 번 가보자는 마음으로 테이트 모던에 가기로 결정했다. 테이트 모던은 밀레니엄 브릿지 남단 뱅크사이드 지역에 위치한 미술관인데,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함께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곳이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산업혁명 시대의 공장건물을 멋들이지게 리모델링해서 미술관 건물로 쓰고 있다는 것. 더군다나 입장료도 무료라니 금상첨화였다. 출발 전, 여느 때와 같이 핌리코역 주변을 산책하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자주 보았던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007 시리즈에서 익히 보아왔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