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학교 앞 헌책방에 수학의 정석을 팔러갔었다. 혹여 누가 훔쳐갈까 싶어 써놓았던 이름만 빼면 흠잡을 곳 없는 새책이었는데도, 제 값의 반도 못받는 것이 야속해 그냥 나왔던 기억이 난다. 대학교 1학년 때 데즈카 오사무의 시리즈가 보고 싶었다. 인터넷을 보니 헌책방을 다니면 운좋게 구할 수도 있다고 했다. 당시로서는 청계천가에 헌책방이 꽤 있었는데, 어딜 가도 구할 수 없었다. 익숙하지 않은 서울지리에, 땡볕에 진창 고생만 했던 기억이다. 다시 헌책방을 찾은 것도 오년전. 졸업시기를 훌쩍 넘긴 무늬만 졸업준비생 시절이었다. 넘치는게 시간이고, 쪼들리는게 돈인지라 인근에 뿌리서점이 있어 한 번 들러본 것이다. 낡은 책 속에 있는 구구절절한 사연들이야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으랴만, 눅진한 지하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