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절엔 꼬박꼬박 신문을 구독했었다. 열독했다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일궈냈을까. 나는 말그대로 말꼭지만 주루룩 훑어보는 말그대로 얼치기 구독자였다. 내가 선택한 신문은 한국일보였는데, 그 당시 한국일보의 특징이라면 한 지면 내에서도 논조가 극과 극을 달릴 정도로 다양성이 공존했다는 것이다. 요즘도 그러냐하면 글쎄. 당시 오피니언 파트의 작은 지면을 빌어 정일근 시인의 '길 위에의 이야기'라는 에세이가 실렸었다. 주로 어느 철에 물메기의 맛이 좋더라하는 짧은 단상들이었는데, 한 날은 원양어선을 타는 젊은 시인 이재성군의 이야기가 실렸다. 정일근 시인은 내가 잘아는 우리 지역 대학의 국문학과 교수이고, 그 학과에는 내 고교동창인 이재성이라는 친구가 분명히 다니고 있던 참이었다. "갓 등단한 젊은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