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집에서 오래 전부터 현역으로 뛰고 있던 맥주컵. 이 때 우리 가족은 분명 롯데를 응원했는데, 애먼 OB의 컵이 떡하니 찬장 한 켠을 차지하고 눌러앉았을 줄이야. 아마도 아버지가 늘 일 마치고 돌아오시면 하이트 맥주 한 잔에 갓김치를 곁들여 반주를 하셨는데, 95년 10월 어느 날, 그 날따라 동네 점빵에 하이트가 없었던 모양이다. 장호연, 박철순, 심정수, 정수근. 기억에 남는 선수들은 이제 모두 은퇴하고 없다. 그들이 남긴 불멸의 기록들만 인구에 회자될 뿐. 찬장 구석에 쳐박혀 있던 걸, 우연한 기회에 발견해서 다시 서울 집으로 가져왔다. 26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직 프린팅도 멀쩡하고, 이가 나간 곳도 없다. 프로야구가 그 이후로 오랜 침체기를 겼었었는데, 프로야구 인기가 살아나고, 레트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