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트리버와 함께 커피를, 산방산 카페 더 리트리브
무한도전 멤버들, 이효리가 방송에서 다녀가 더 유명해진 카페, 산방산 인근 안덕면에 위치한 더 리트리브를 다녀왔다.
이 곳을 처음 찾았을 때도 비가 왔기에 맑은 날의 풍경은 알지 못하지만, 모처럼의 방문에 그 때의 좋은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서귀포에서는 꽤나 유명한 카페 중 하나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기엔 꽤나 불편할 듯 싶다. 카페 앞에 넓은 주차장이 있기 때문에, 렌트카를 이용한 방문객들이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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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창고를 재활용한 듯한 건물. 건물 외부가 칸칸이 벽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반해, 정면은 뚫려있는 독특한 구조이다. 볕이 좋은 날에는 야외에서 커피를 즐기면 좋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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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이 매우 넓기 때문에 이중주차까지 할 경우 스무대 정도는 충분히 주차가 가능하다. 물론 안덕마을은 제주 특유의 여유로움이 한껏 묻어나는 곳이기에 그런 번잡함은 드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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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내어주는 주방은 원두도 직접 볶는 모양으로 로스팅 기구를 포함한 다양한 커피관련 기구들이 놓여있다. 주방과 내부 공간은 별도의 칸막이가 없기에 고소한 커피향이 입구에서부터 물씬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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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트리브만의 특별한 점이라면, 내부에 다양한 소품을 구비해놓고 판매한다는 것이다. 서양 골동품부터 여성 의류까지 이 곳이 카페인지 만물상인지 구별이 안될 정도다. 특히 레트로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쉽게 지나치지 못할 듯한 오래된 풍등, 전화기 등 희귀한 소품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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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통창들은 더 리트리브가 품고있는 제주의 풍경을 스크린처럼 담아낸다. 비가 오고 있었지만, 오히려 비가 와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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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트리브라는 이름은 이 리트리버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은 전에 없던 리트리버 한 마리가 터줏대감처럼 카페 입구를 지키고 있다. 여느 리트리버들과 같은 살가움은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의 시간은 심드렁히 잠만 자고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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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은 키보다도 한참 낮아 오랜 시간 앉아있기엔 불편한 목재 파레트를 테이블로 사용하고 있다. 책을 읽는다던지, 영화를 보는 것은 힘들 것 같다. 리트리브는 멋스러움에 비해, 이용객 친화적인 카페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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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은 남녀 구분이 되어있고, 예전에 쓰던 화장실을 리모델링한 덕인지, 기존 변기가 철거된 흔적도 그대로 남아있다. 요즘 유행하는 인테리어의 일종이겠거니 했지만 그다지 깔끔해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화장실은 기본적으로 청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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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트리버는 우리가 카페를 나갈 무렵이 되자 기지개를 켜고 일어서서는, 한동안 우리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방문객들에게는 눈길조차 쉬이 주지 않지만, 때때로 제 주인은 잘따르는 모양이다. 영업을 마감하는 주인을 따라 나와서는 그제서야 꼬리를 흔들었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흰 고양이도 한 마리 있었던 듯한데, 휴가를 갔는지 퇴사를 했는지 보이지 않아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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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트리브는 바다를 품고있지는 않지만, 안덕 특유의 여유로움을 한껏 머금고 있는 곳이다. 훌륭한 커피와 함께 다양한 레트로 소품들을 구경하다 보면 제주도의 매력이란 결코 제주 바다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게된다.